낭독만으로 4년을 공부하여 왔습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오성호 선생님.

2008년 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5시간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낭독으로 공부를 하여 왔습니다.

주로 원서(소설류, 자기계발서)로 공부 하여 왔는데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한 페이지당 최소 100번

많게는 1000번을 낭독해서 자연스럽게 나올때까지 반복을 했습니다.

공부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이상을 공부 했는데 낭독 시간이 4시간 이상은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낭독이라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페이지당 최소 100번을 반복하니까 정작 4년 동안 공부한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원서 20권정도..미드 5편(45분짜리), 로컬 신문 1부가 전부 입니다.

목도 아프고 하지만 묵독이 입을 열어 주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에 낭독을 고집 하였던 부분도 있구요.

반면에 다른 방법(EX. 묵독을 통한 많은 독해+영어로 대화하기 등)으로 공부 했던 친구들은 5년, 6년정도 되니까

이제 좀 영어가 된다 이런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옵니다. 그 사람들 보다 시간 투자를 제가 더 많이 하고

저는 위의 방식데로 해왔는데 여전히 영어는 어렵기만 합니다.

제 방법이 효과가 없는 방법이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구요..

얼마전 빅뱅이론이라는 미국드라마를 우연히 봤는데 한국영화 보듯 편하게 외국영화를 보는 것은 요원하기만

한듯 싶더라구요, 여전히 원서를 봐도 모르는 단어가 한페이지에 평균 5개는 나오구요, 여전히 제가 원하는 바를

속시원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조금만 집중을 풀어 버리면 못알아 듣기 일수고 하는 지금 상황이

그동안 낭독만을 고집하여 많은 분량을 접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낭독 시간을 줄이고 하루 30분정도로요, 나머지 시간(약 4~5시간)을 원서 묵독에 투자 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조금 더 나아 질까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공부를 더 해야 한국영화 보듯이 편하게 알아 듣고, 편하게 책을 보고

신문을 읽을까요..

5년 정도 공부하면 영화정도 쯤이야 라고 생각 했었는데 5년은 택도 없을듯 싶습니다.

p.s 선생님 말씀 중 어휘 부분은 상당한 충격 이었습니다. 단어장 갖다가 버리세요^^ 저는 그동안 모르는 단어 꼬박꼬박 정리 하여 왔거든요. 단어를 찾아 적는 시간에 사전으로 금방 단어 찾고 더 많이 읽어서 마주치는 횟수를 늘려서 어휘력을 늘리는 부분은 참 많이 와 닿습니다.

답변

제 글이 좀 늦었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낭독을 5년 동안이나?

글쎄요..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겐 외국어인 영어 학습을 우리말 학습 과정과 100퍼센트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어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모국어 학습 과정에서 참고할 게 꽤 됩니다.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생각해보세요.

어떤 책을 읽으면서 낭독을 하는 건 눈으로 보면서 지나갈 수 있는 이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요?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더 찍고 가는 거죠.

그래야 이해되거든요.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낭독 안 합니다.

눈만으로 이해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

얘들 입에서 우리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저는 늘 열 살 아이들을 예로 듭니다.

십 년 동안 이런 저런 input에 매달려온 아이들의 우리말 output 실력.

과연 얼마나 될까요?

수많은 우리말을 그렇게 오랫동안 접해온 열 살 아이의 output 실력은

어른의 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꽤 됩니다.

한 번의 완벽한 output이 필요한 그 때에 딱 나올 수 있으려면 엄청난 양의 input이 필요한 겁니다.

하나의 단어/하나의 표현을 여러 수많은 문맥에서 접해야 가능한 거 아닐까요?

글 올리신 분은 output이 빨리 나왔으면 하는 욕심에

input의 범위를 너무나 좁혀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뭘 많이 알아야 되는 거 아닐까요?

그 많이 안다는 것도 몇 번 접한 정도로 단순히 아는 게 아니라

수없이 여러 번 접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흡수돼있어야 뭔가 결과물이 보이는 거 아닐까 생각해요.

5년 영어 하고 우리 영화 보듯 편안하게 볼 순 없겠죠.

다섯 살 아이들.. 우리 어른들이 보는 영화 편안하게 다 이해하면서 보지 못합니다.

모국어도 이 정도인데 영어는 우리에게 외국어이니까요.

원서를 봐도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모르는 단어는 평생 나옵니다.

모르는 단어가 몇 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확실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어/표현/문장이 얼마나 많은 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 같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낭독 안 할겁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발표문을 소리 내서 연습해보는 정도..

영화 속에서 정말 멋있는 대사가 나오면 몇 번 따라해보는 정도…

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짧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몇 년이라는 기간을 생각하지 않고 영어를 계속 하는 겁니다.

우리에게 외국어인 영어는 평생 우리에겐 미완성의 존재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해야 할 게 얼마나 더 남았나를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해왔기에 (비록 부족하지만) 현재의 영어 실력을 갖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는 것도 별로.

아니, 비교하실 거면 영어와 완전 담쌓고 지내온 사람들하고 비교하세요.

그 사람들에 비하면 글 올리신 분의 현재 영어 실력은 정말 대단한 거 아닐까요?

다 맘 먹기 나름입니다.

재미있게 하세요. :)

이 글은 2015.07.27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영어학습법 상담 DB (읽기전용)’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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