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요령상담드립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번역하면서 늘 궁금한점이 있어서 몇가지 여쭤보려구요.

기본적으로 문장에 충실해서 번역하는게 중요하지만, 이해 위주로 가려면 문장구조를 바꾸는게 나을때가 있잖아요.

다음은 제품 메뉴얼인데, 동료직원이 이미 번역해놓은거 지금 검토중인데요. 함 봐주세요.

[1]

The Clock Pulse Arrangement consists of 16 photocells for generation of clock pulse, and 1 synchronization photocell detecting a reflector placed on the rear edge of the cart No.1.

A) 각시펄스장치는 각시펄스를 발생시키기 위해 16개의 광전셀 및 1번 카드 뒷 모서리의 반사기를 탐지하는 동기화 광전셀 1개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한글로 읽었을때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바꾸고 싶습니다.

B) 각시펄스장치는 16개의 광전셀과 1개의 동기식 광전셀로 이루어지는데, 광전셀은 각시펄스를 발생시키는 기능을 하고, 동기식 광전셀은 1번카드 뒷모서리에 위치한 반사기 탐지기능을 한다.

아님 A)를 약간 바꿔, C) 각시펄스장치는 각시펄스를 발생시키기 위한 16개의 광전셀과 1번카드 뒷 모서리에 위치한 반사기 탐지 기능을 하는 광전셀 1개로 이루어져 있다.

로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번역이 그나마 제일 나으신지 알려주셨음 하네요. (물론 선생님 번역을 주심 더 감사하겠지만..^^)

[2]

그리고 비슷한 질문 또 하나..

XX Group Charter of Corporate Behavior

문장 그대로 하면 기업행동헌장 인데, 저에겐 약간 생소한거 같아, 기업행동강령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기업행동헌장으로도 많이 쓰이더더군요. 그래서 헌장으로 번역 했지만, 이런 비슷한 경우, 제 상식선에서 영어 word to word보다 우리가 더 자주 쓰는 다른 말이 있음 그걸 써도 되는지…

물론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앞으로 전문번역사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계속 번역을 해야하는 입장이라 기본적으로 어떤 번역패턴을 잡아야할지 무지 고민됩니다.

글을 읽다보면, 문장이 어색해서 이게 번역한 글이구나 티날때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나름 의역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장구조를 바꾸거나, 순차식으로 하는걸 선호하는데, 최근 모학원에서 강의들었던 선생님은 가능한한 기본문장 그대로 번역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그분도 통대출신^^) 그리고 위에 메뉴얼 번역하신분도 철저히 원문에 충실해서 하셨구..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선생님 팬으로서 선생님 번역’관’을 알려주시면 무한한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메일로 보낼까 하다가 게시판에 올리는데요 혹시 게시판 성격 맞지 않으면 알려주세요..제가 잘 몰라서리..^^

감사합니다~~!!!.

답변

답이 넘 늦어서 죄송합니다.

번역에 대해서는 전 무지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ㅎㅎ

이 게시판 글 하나로 그걸 처음부터 다 풀어내기는 불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제 기준에서 볼 때 번역의 개념을 이상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 됩니다.

또 그런 사람들이 누구를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기준에서 볼 때” 입니다)

일단 단어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가 큰 이유에요.

헌장.. 강령.. 이 둘을 가지고 word to word를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단어가 word to word이고 어느 쪽이 아니라는 말인지?

영어 단어를 놓고 1대1 대응식으로 보는 게 참 커다란 문제입니다.

근데 이게 번역에서도 그런다는 게 (막말로) 웃기는 거죠.

happy를 ’행복한’으로 보면 word to word 가 되는 거고

그게 아니라 문맥에 맞게 다른 한국어로 표현하면 이른바 의역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건 아니죠.

의역.. 직역..

이거 구분하는 게 참 힘들어요.

I’m old enough to marry. 를 놓고

결혼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컸다) - 이건 직역이고

이제 다 커서 결혼할 수 있다 - 이건 의역이 되는 건지..

일단 직역과 의역을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단어의 1대1 대응..

그리고 영어 문장을 그 1대1 대응어에 맞춰서 하는 번역..

제 생각엔 다 없어져야 할 것들입니다.

제가 수업 시간에 늘 말하지만 (아마 수업을 안 들으시는 분 같습니다)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그 영어 문장이 말하려는 이미지가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져야 합니다

그 머릿속 이미지를 최대한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문맥에 맞게 표현하는 게 번역이구요.

단어들의 1대1 대응어를 영어 문장 순서에 맞게 주욱 적는다고 번역이 되는 게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번역이 그런 식입니다.

그러면서 “원문에 충실했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원문 이해가 잘 안 됐다”고 하면 될 것을요..

수업 시간에 했던 문장을 가지고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럼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안 하겠습니다.

적어주신 예문은 기술적인 내용이라 단어의 1대1 대응어 쪽보다는

이른바 문장 구조.. 순서.. 쪽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영어 단어가 명사였다고 번역된 한국어도 명사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영어 문장 순서 그대로 해야 한다는 법칙도 없습니다.

이런 예문이 아니라 조금 복잡하거나 뭔가 상황을 묘사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번역은요..

영어를 보고 그 문장이 뭘 말하려는지 이미지가 그려진 상태에서

영어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영단어의 1대1 대응 한국어 단어들을 영어 문장 속의 순서 그대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만약 그렇다면 번역사라는 직업이 있을 필요도 별로 없고

아무나 번역을 할 수 있는 거고

문장 하나를 놓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고민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는 세상에서 제대로 된 번역기계 하나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열심히 하세요. :)

이 글은 2015.09.0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영어학습법 상담 DB (읽기전용)’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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