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질문
안녕하세요 작년에 선생님께서 쓰신 책 정말 잘 읽어서 꼭 선생님께 도움을 받고싶어 찾아왔습니다.
제 막둥이여동생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됩니다. 오늘 어머니와 영어학원에 테스트를 받으러갔다왔다더군요. 거기서 초등2학년 수준이니 더 실력키워서 몇달뒤에 다시 테스트를 받으라고 했답니다.
어머니는 집에 오셔서 설마 이정도였나 싶으셨는지 계속 걱정하시고 동생은 영어캠프같은데 자기가 먼저 간다고 하고, 못해도 큰소리로 발표하고 하는 성격인데 그런말을 듣고와 어린나이에 약간 맘이 상했나봅니다.
동생은 과외를 했다가 학원을 다녀보려고 그만둔 상태고 지금 하는건 책으로 공부하고 매일 전화로 5분씩 대화하는 공부를 합니다. 그건 따라읽으면서 해라해도 빨리끝내고싶어서 테이프 한번 휙 듣고 말더군요..
너무 걱정되네요.. 어떤 방향으로 동생 영어공부를 시켜야할지 상담 부탁드립니다.
답변
공교롭게도 최근 며칠 동안 이메일로 비슷한 질문을 하셨던 분이꽤 됐어요.
제일 답하기 애매한 질문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물어봤을 때의 경험을 보자면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해도 별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표정도 아니고..
암튼 그렇습니다. ^^
그 학원 얄밉네요.
뭐 요즘 학원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실력을 키워서 테스트를 받으러 와라..
요즘 유행하는 마케팅 방식이지만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참 기분이 그래요.
초등학생들 영어 실력의 가장 큰 적은 엄마의 조급함.. 엄마의 경쟁심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다른 원인도 많이 있지만..
영어는 조급하면 지는데 엄마들은 뭔가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것도 있구요.
그래서인지
뭘 하라고 제 의견을 말하면 금방 포기하고 당장 결과가 보이는 쪽으로 갑니다.
예를 들면 시험을 봐서 점수를 바로 알 수 있다든가..
그냥 앵무새처럼 외우게 해서 입에서 지금 나오는… 그런 거.
그래서 주변 엄마들하곤 별로 얘기 안 하는 편입니다.
자기 욕심 때문이 아니라 정말 아이들 영어를 생각해서 물어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
엄마가 조급하지 않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슨 말을 해도 안 먹힙니다.
조급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제 생각을 말해보게요.
(넘 비현실적이라 어떠실지..)
최선은 그냥 아이가 원하는대로 영어를 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요?
네.. 그냥 “접하게” 하는 겁니다.
당장 외워서 입으로 나온다거나 글을 읽어서 이해한다거나 이런 거 없이..
그림책으로 시작하고.. 단어 몇 개로 시작하고..
만화로 시작하고.. 그렇게 그냥 접하게 해주는 겁니다.
그러다가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보여요.
아이들이 먼저 말하기도 하구요..
그럼 (저 같으면) 아이들 데리고 영어 전문 서점 같은 곳에 가볼 겁니다.
거기 가서 엄마가 원하는 게 아닌 아이가 집어 드는 걸 사주는 거에요.
설사 집에 와서 하나도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인연이 되면 아이는 언젠가는 집어 들거든요.
요는..
처음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어를 접하게 해주면 그 다음엔 아이들 스스로가 길을 제시합니다.
엄마는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거구요. (이게 힘들죠?^^)
근데..
이렇게 하는 게 금방 결과가 안 나타난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뭐 하나도 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옆집 아이는 학원에 다니면서 마구 느는 것 같고..
그럼 아이가 원하지 않더라도 학원에 보내게 되고..
악순환입니다.
저희 때는 영어를 싫어하게 되는 시기가 아무리 빨라야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영어 싫다는 말을 합니다.
제 주변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을 받고 영어를 했는데
“야~ 영어 참 잘한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사람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재미있어했고
그래서 자기가 재미있는 걸 알아서 찾아서 했다는 점이에요.
누가 시키는대로 해온 사람 보다는 자신의 그 무엇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
말만 길었지.. 별로 건질 말이 없죠?
아이에게 왜 영어를 시키려는지 어머니께서 한 번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시키려는 건지..
아이를 위한 거라면 아이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면 잘 하게 돼있거든요.
근데..
근데..
정작 당사자인 아이가 조급하게 생각한다면?
“영어 20년 했는데..” - 나중에 이런 말을 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되네요.
이 글은 2015.07.01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영어학습법 상담 DB (읽기전용)’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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