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영어에 대하여...

질문

선생님잘 지내시죠? 이쪽 게시판은 처음 와봤어요. 글쓰기 전 필독 글도 읽었답니다ㅎ

98.876534% 비슷한 질문 유형에 없길래~~~^^

늘 제 영어 실력만 고민하다가 엄마가 되니~~제꺼보다 아이들 영어를 더 신경 쓰게 되는데요.

래안이가 이제 한국나이로 내년이면 5살인데 어렸을 때부터 어설프지만 제가 계속

영어 동요 불러주고, 일상 대화를 대부분 영어로 해주었더니 영어 아웃풋이 좀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뿌듯했는데..영어를 잘하게 될수록 한국말이 어눌해지면서 나중에 한국말 발음이며 억양은

못 들어줄 정도가 되더라구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한국어라는 걸 잘 알기에 덜컥 겁이 나서 영어로 말하기를 중단 했는데…

아이들이란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지만 또 잊어버리는 것도 순간이기에…그 동안 영어에 들인 인풋의

과정들이 아까워 갈피를 못잡고 있어요.

이중 언어 환경에 대한 이런저런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하는데도..사실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고견이 듣고 싶어요~~

답변

이 게시판에서 보게 되네요. ^^

보통 제가 답을 할 때는 경험에 근거해서 말을 하거든요.

근데 유아기 영어 교육은 제가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답을 적기가 애매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정도는 이미 검색이나 책을 통해 읽어보셨을 거 같아서요.

“저라면..” 이라는 가정 하에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굳이 왜?“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말이 자리를 잡지도 않은 아이에게 굳이 왜 영어를?

그냥 흥미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말이 어눌해질 정도까지?

(물론 엄마들이 bilingual에 집착하는 이유는 하도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생활 환경이 (집, 학교, 부모, 가족 등등) bilingual 이라면 이해됩니다.

그런 환경에선 bilingual로 키우는 게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우리 아이 영어를 잘 하게해야지!!” 라고 부모가 인위적으로 정해놓은 목표가 아닌

생활이 아이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드는 경우죠.

이게 최상의 시나리오일 겁니다.

근데..

우리나라라면 그런 환경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그걸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말도 그렇듯이 말/언어의 습득은 일정 연령이 지나면 아이 자신의 몫이 아닐까요?

부모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제로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가 알아서 배워가는 거죠.

아무리 bilingual 이라고 해도

엄연히 first language와 second language가 구별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냐가 관건이겠죠.

“두 언어 모두 완벽하게”라는 이상적인 목표만 버린다면 조금 쉬워지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살 거라면 우리말이 일단 돼야 합니다.

우리말도 어눌 & 영어도 어눌 – 이게 최악이거든요.

사방이 한국어인 이 땅에서 이른바 “영어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아닌 타인이 만들어주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하는 놈이 잘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커왔는데 영어 잘 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엄마보다는 아이들의 자세라고 들었습니다.

영어가 좋아서 그 환경을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 온 아이들.

엄마는 옆에서 아이가 영어 환경을 만드는데 필요한 걸 살 수 있도록 지갑만 열어주면 된다는… ^^

아이가 미국에서 크게 된다면 그건 또 다르겠죠.

유아 때부터 bilingual 교육 안 받았고 사춘기 때 건너가도 나중에 영어 잘 하는 경우 많잖아요?

환경이야 자연스럽게 돼있으니 자신이 어떻게 적응하냐의 문제니까요.

역시 부모가 할 게 별로 없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

이해는 되지만,

언어는 피아노나 그림, 운동과는 다릅니다.

언어는 삶 그 자체거든요.

다른 것들은 하다가 안 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만

언어는 (우리나라에서 산다면 우리말)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주변에 간혹 있었습니다.

우리말도 어눌 AND 영어도 어눌한 경우가요.

어린 아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성인이요.

이건 정말 별로 아닐까요?

여러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에게 언어는 ’수단’에 불과한 겁니다.

여러 언어가 가능하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데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여러 언어를 하는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고 꿈은 아닐 거에요.

(혹시라도, 언어만 되면 뭐든지 다 된다.. 이런 생각을 하실까봐 노파심에서.. ^^)

처음에 썼지만 이런 쪽엔 경험이 없는 제 말이니 걍 참고만 하세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

이 글은 2015.06.30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영어학습법 상담 DB (읽기전용)’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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