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phemism V (정치 & 전쟁)
(1998년 경에 쓴 글입니다)
오늘은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하겠습니다.
역시 euphemism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꽃은 political correctness 라는 용어가 보여주듯이 ‘정치’ 분야입니다. 참 여러 가지 말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나라도 각 당의 대변인 싸움이 볼 만 하지요… 뭐,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만 하다는 말이 아니고, 그냥 재미있는 측면에서 그렇다는 말이지요. 물론 자기들이야 서로 자기가 입씨름에서 이겼다고 생각하고 또 이기기 위해 수많은 말을 만들어 내지만,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마 모를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니 더 하면 더 했지 뒤지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는 말장난이니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We are not at war with Cuba. We are in a state of armed conflict.” 쿠바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장 분쟁 상태에 있을 뿐.
유명한 말이지요.. 그리고 기사나 보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입니다.
armed conflict 라? conflict 자체로야 ‘갈등, 분쟁’ 이지만 어떤 형용사가 앞에 있느냐가 문제겠지요. armed 는 ‘무장의, 무장한 상태의’ 입니다.
그냥 입 싸움이 아니라 무장을 하고 분쟁 상태에 돌입해 있는 겁니다. 뻔히 전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war 라는 단어는 피하려 하는 거지요. 말로 하고 싶은데 불가피하게 armed 상태에 있다고 둘러댄다고 볼 수 있습니다.
“Mistakes were made”
정치인들 변명 중에 아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만큼 많이 나오는 말일 겁니다. 잘 보세요.
사과인 것 같은데 전혀 사과가 아닙니다.
일단 주어가 mistakes 입니다. 사람이 아니지요.. I made some mistakes. 나 He made a mistake.는 절대 안 나올 겁니다. 누가 실수를 했다는 말은 안 하는 거지요. 그냥 실수했다는 말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실수 만큼 이나 많이 나오는게 바로 system 입니다. 우리도 그러지요.. ’제도가 어떻다는 둥.. 제도 상의 문제라는 등 … 사람은 잘못 안 했는데 ’제도’가 문제라는 거지요.
또 society 도 도마에 자주 오른 단어 입니다.
말 장난의 사례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대변인 발표 내용인데요..
미국에서 몇 년 전 최저 임금 인상에 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 노동부가 다음과 같은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Forty percent of minimum-wage workers “are the sole breadwinners of their family.” 최저 임금을 받는 사람의 40 퍼센트가 그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통계 자료는 그 기준에 따라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습니다. 말 장난 이었다고 합니다.
노동부의 발표에는 혼자서 살고 있는 사람도 40 퍼센트에 포함된 거 였거든요.. 그러니까 실제 상황보다 부풀려서 발표를 한 겁니다.
왜 말장난인지 금방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을 위해 더 설명을 드리면…
breadwinner는 말 그대로 밖에서 빵을 가지고 집에 가지고 오는 사람, 즉 생계를 부양하는 사람입니다. sole은 only, ’유일한’의 뜻이구요.. the sole breadwinner of the family 라고 하면, 그 집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는 사람을 말합니다. 돈을 한 사람만 벌어오니까 그 가정은 그렇게 윤택한 생활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혼자 살 경우에는 자신이 당연히 the sole breadwinner of the family 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최저 임금을 받더라도 가족이 있는 사람과 혼자 사는 사람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겁니다.
처음에 전쟁 얘기가 나왔는데요..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재미있는게 몇 개 더 있네요.
‘국방부’ 아시지요? 미국 국방부는 약자로 the DOD 라고도 자주 나옵니다. the Department of Defense 입니다. (우리나라는 department 대신 ministry를 씁니다)
근데 30년대 까지만 해도, 국방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전쟁부’ 였다고 합니다.
the War Department
좀 안 믿기지요? 하긴 국방부의 주요 임무가 ’전쟁’과 관계된 거니까 참 솔직하고 직선적인 이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레이건 행정부 때는 MX 미사일을 ‘the Peacekeeper’ 라고 불렀습니다. 자기네 입장에서는 평화를 지켜주는 신성한 미사일이었겠지만, 반대편에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정치인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민간인 사상자 입니다.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을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마구 비난이 쏟아지니까요…
그래서 민간인이 죽었을 경우 civilian casualties 라고는 절대 발표하지는 않을 겁니다. 유명한 표현이 있지요..
그 이름하여,
collateral damage
우리 말로는 ‘부수적, 부차적인 피해’ 정도로 하면 될까요?
전쟁과 관련해 유명한 표현이 또 있습니다.
참전 용사들 중 전쟁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정신적, 심리적인 쇼크로 심할 경우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말로는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하나요?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사전에는 ‘전투 신경증’ 이라고 나오는데 정확한 심리학 용어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전쟁 후에 겪는 이런 정신적 고통 상태를 1차 대전 후에는 shell shock 라고 했습니다.
shell은 대포의 포탄을 말합니다.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하며 정신적 쇼크 속에 악몽도 꾸는 그런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너무 직선적이지요… ‘포탄 쇼크’ 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포탄이 머리 위에서 터지는 그런 느낌이 나니까요…
그래서 2차 대전 후에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combat fatigue 입니다.
combat 은 ‘전투’, fatigue 는 ‘피로, 피곤함’ 입니다. 사전에는 ‘전투 피로증, 전투 신경증’ 이라고 나옵니다. 그냥 이 말만 들으면 ‘전투를 너무 치열하게 해서 피곤한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shell shock 와 같은 표현이라고 알아 놓으세요.
그리고 베트남 전이 끝난 후 또 새로운 표현이 하나 등장합니다.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 참..
‘쇼크 후 발생하는 스트레스 성 장애’ 정도로 할까요? 하여간 힘드네요. 그런데요… 이걸 보고 누가 전쟁하고 관계가 있는지 알겠습니까? euphemism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표현을 보고 오늘 euphemism 얘기는 마치겠습니다.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사람들 있지요?
사실 우리 나라에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외국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스프레이를 가지고 자기가 생각하는 주장이나 욕설 같은 걸 벽에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냥 그대로 쓰면
a graffiti sprayer 입니다 (graffiti는 좋게 말하면 ‘벽화’, 나쁘게 말하면 ‘벽에 있는 낙서’). 그런데 자기들은 싫어하겠지요.. a wall artist 라고 부른답니다. 물론 a graffiti artist 는 정말로 ’벽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를 말할 겁니다.
우리 나라에도 ’윤락녀, 매춘부’를 뜻하는 말은 많이 있습니다. 저속한 말 쪽으로 가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뭐가 있냐 면요.. 일단 hooker 가 있습니다. 아니지요… 오늘은 slang이나 vulgar expressions 쪽으로 가는게 아니라 그 반대인 euphemism 쪽으로 가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 건지, 참.
prostitute이 일반적인 용어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도 euphemism 이 웃깁니다.
a sexual service provider
미국에서는 청소년 사망의 원인 중 하나가, 총격전 중 경찰의 총을 맞고 숨지는 거라고 합니다.
getting shot by cops 겠지요.. 그러나 경찰이 죽였다고 직접 말하기 뭐할 때를 위한 euphemism 이 역시 준비돼 있습니다.
legal intervention
이걸 ‘법적 개입’ 이라고 번역해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겁니다.
이 글은 2015.06.2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