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phemism IV (인종 & 장애)
(1998년 경에 쓴 글입니다)
오늘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인종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mainstream) 이루는 집단은 일명 WASP 라고 합니다.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의 약자지요… (예전에 락 밴드 이름 중에 WASP가 있었습니다)
피부색은 하얗고 민족 성분은 앵글로 색슨 족이며 종교는 신교를 믿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백인이라도 유태인 (Jews) 들이 별로 대접을 못 받는 걸 보면 WASP 자신들 나름대로 ‘이 땅의 주인은 나다’ 라고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웃기지요? 그 땅이 자기들 땅인가요? 멀쩡하게 잘 살고 있던 인디언들 다 몰아내고 아무 데나 말뚝 박고는 ‘여기는 내 땅’ 이라고 하던 사람들 입니다. 좋게 말해서 개척 정신이라고 하지만 인디언 입장에서 보면 황당할 따름일 겁니다.
하여간 인종, 민족, 종교 중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인종입니다. 다수 인종이(majority) 백인이라면 소수 인종은 꽤 많을 겁니다.
그 중 가장 입김이 센 인종은 역시 흑인이겠지요.. 그래서 흑인에 대한 호칭도 꽤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다음과 같은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My grandfather was a Negro, my father was Colored , I am Black, and my son will be African-American.”
흑인 호칭의 변천 과정입니다.
처음에 아무 이상없이 사용하던 negro를 버리고, “우리는 백인이 아닌 유색 인종이다” 라는 의미의 colored로, 그 다음에는 “왜 우리 자신의 피부색을 부끄러워 해야하나?” 라고 생각해서 black으로, 그 다음에는 요즘 정말 많이 나오지요…“African-American” 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재미있는건 과거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negro는 요새 썼다가는 큰일 나고, 과거에는 금기시했던 black은 요사이 가장 일반적인 흑인 호칭이라는 점입니다. 현재는 black이 가장 일반적인 말이고, 정말로 ‘political correctness’ 냄새가 짙게 나는 African-American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왜 흑인들이 negro를 싫어하게 됐을까요?
과거에는 Negro 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negro와 함께 nigger 라는 말도 쓰였지요.. 발음해보세요.. 거의 비슷하지요?
그런데 이 nigger 라는 말에 많은 흑인들이 반감을 갖게 됐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발음이 niggard와 비슷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niggard는 niggardly 한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 말로는 ‘짠돌이, 구두쇠’ 정도일 겁니다. 그러나 이 말은 상대방에 대한 경멸이 담긴 상당히 듣기 안 좋은 말이었지요..
사실 niggard와 nigger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상관이 없다고 하면 뭐합니까? 괜히 아무 잘못 없는 niggardly 역시 사용에 주의하라고 할 정도인데요.. 가려서 쓰고 다른 단어, 예를 들어 stingy, miserly 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책도 있습니다.
어쨌든 요즘 nigger라는 말을 썼다간 정말 말 그대로 난리 납니다.
흑인에 대해 nigger 라고 인종 비하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데요.. 이렇게 특정 인종을 멸시하는 말을 racial slur 라고 합니다.
사실 각 인종 마다 정말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러나 강좌의 주제도 아닐 뿐더러 우리 공부에는 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자!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누가 누구와 싸웠는데… 누가 누구를 죽였는데.. 이유는 nigger 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라고 보도를 해야 하는데, 눈치보기 바쁜 언론사에서 감히 nigger 라는 말을 하려하질 않겠지요.. 그러나 보도는 해야겠고…
그래서 생각해낸 말이 the “N” word 입니다. 문맥상 the “N” word 라고만 해도 ‘아! nigger 구나’ 라고 알겠지요. the “N” word 라고 다음에 보게 되면 그렇게 짐작하시면 됩니다.
아마 O.J. Simpson 재판을 관심있게 보신 분은 여러 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참고로 four-letter words 라고 있습니다.네 개의 글자로 구성된 단어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럼 girl, desk, wall 등을 말하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굳이 뭐하러 이런 일반적인 단어들을 따로 이름을 만들어 부르겠습니까?
four-letter words 는 ‘욕, 상스러운 말’ 이라는 뜻입니다. 참 재미있게도, 영어에서 가장 심한 쪽에 속하는 상스러운 말은 거의 대부분이 네글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fuck, shit, damn, hell, piss 등등….. (뜻은 사전을 보시거나 slang 강좌로 가보세요..)
누가 욕을 했다로 말하고 싶은데 자기는 차마 그 욕을 입에 담기 싫을 때 돌려서 four-letter words 라고 말합니다. 역시 참고로 알아두세요.
저는 미국을 생각할 때마다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 인디언들 입니다. 어렸을 때는 서부극에서 백인들이 인디언 죽이면 막 신나고, 백인을 죽이는 인디언은 나쁜 놈이라고 생각도 했었는데요…
아마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시각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영어를 하면서도 왜 하는지 뚜렷한 목표는 있어야 겠지요… (각자 한 번 잠깐이라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가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디언 얘기 나오니까 흥분하고 있는 나!!)
인디언에 대한 호칭에 redskin 이라고 있습니다. 과거 오래 전부터 써오던 말입니다. 사실 인디언들 자신은 racial slur 라고 생각하는 말입니다.
피부는 하얀 사람들이 와서 자기네 땅 다 빼앗고 자신들을 redskin (빨간 피부) 이라고 부르는 데 기분이 안 나쁠 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과거 백인들이 인디언 땅 빼앗던 시절에 인디언 피부를 (여자, 아이들 상관없이) 벗겨오면 상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redskin은 거기서 유래한 말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학살의 잔재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버젓이 쓰고 있습니다.
미식 축구 팀 이름에 the Washington Redskins 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팀의 헬멧에는 인디언 추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유니폼 색은 빨간색입니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미식 축구 팀 이름이 Redskins라니?)
작년 유타 주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에 redskin 이란 말의 사용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판결은 사용을 계속 허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도 그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nigger에는 그렇게 민감하면서 redskin 에는 그렇게 관대한지?
답은 하나일 겁니다. 인디언들이 힘이 없어서 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왜 이렇게 영어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일단 the “N’ word 에서 부터 euphemism 강좌를 풀어나가려고 했었는데, 다른 곳을 너무 많이 갔다 왔네요.
오늘은 영어 강좌인지.. 인디언 화이팅 강좌인지… (너무 죄송합니다. 그러나 알 건 알고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
’인종’에 이어 ’장애’에 관해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강좌에서 장애인에 관한 말씀을 드린 기억이 나실 겁니다. 사실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불구자’라고 한 기억이 납니다.
’신체 장애’에 관한 문제는 너무 민감한 문제입니다. 제가 euphemism 을 시작하며 부탁드렸지만, 이 강좌에 나오는 용어 때문에 기분 상하는 분은 없었으면 합니다.
cripple 이란 단어가 있었지요…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아시겠지만 참 직선적인 단어입니다.
아마 죽음이나 전쟁 등과 함께 euphemism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신체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handicap, disable 등이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the handicapped, the disabled 는 신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handicap 이나 disability 은 ’장애’라는 명사로도 사용됩니다. 신체, 정신 장애를 말할 때는 physically, mentally 를 넣어 주면 됩니다.
사실 얼마 전에만 해도 the mentally retarded 와 같은 말도 사용되곤 했었지요 (이 말도 너무 직선적입니다).. retard 는 각자 사전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신체 장애와 관련있는 euphemism 중에 challenged 계열의 단어가 있습니다.
challenge는 ‘도전’ 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넘어야 할 산 같은 느낌. 따라서 challenged 는 ‘힘든 뭔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정도의 뜻일 겁니다.
신체장애자는 the physically challenged 라고 합니다. ’신체장애인’의 뜻을 갖는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euphemism 이라고 알고 계시면 됩니다.
challenged 계열의 euphemism은 유명하거든요… 강좌 뒷 부분에 몇 개 더 알려드리고, 미국에서 있었던 신체 장애와 관련된 euphemism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앞을 못 보는 분들을 ’시각 장애인’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래 설명에서는 한 협회 주장의 취지에 맞게 ’맹인’으로 번역하겠습니다. (사실 너무 애매합니다… 너무 어렵네요..)
미국에서는 92년 법 개정에 의해 신체 장애란 말이 handicap에서 disability로 바뀌었습니다. 공식 문서에서는 disability 로 통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disabled person 대신 persons with a disability 이나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deaf people 대신 persons who are deaf 혹은 young people with hearing impairments
blind people 대신 people who are blind 혹은 persons with a visual impairment
dyslexic student 대신 a student with dyslexia (난독증, 글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세)
을 사용하고…
the deaf / the mentally retarded / the blind 와 같은 말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했습니다.
이 조치가 취해지자 미 맹인 협회에서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어 원문이 사라졌네요..^^)
blind 라는 단어는 앞을 볼 수 없는 자신들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고 명확하게 나타내주는 말이다.
blindness나 blind persons라고 하지 않고 수많은 euphemism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hard of seeing, visually challenged, sightless, visually impaired, people with blindness, people who are blind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euphemism도 문제가 있다.
hard of seeing, visually challenged, 그리고 people with blindness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blindness, blind, the blind, blind person 등과 같이 직접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바보스럽게 돌려서 표현하기 때문이다.
visually impaired 와 visually limited 역시 blind를 피하고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정 능력의 시력을 갖춘 사람과 완전히 앞을 못보는 사람을 구분해주고는 있지만..
sightless는 전혀 아무 의미가 없다
people who are blind 나 persons who are blind는 일상 대화에서라면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은 맹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똑똑한 사람은 an intelligent person 이면 되지 굳이 a person who is intelligent라고 불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은행가들은 bankers면 되지 persons who are in the banking business라고 불리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blindness가 다른 사람보다 능력면에서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는 구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lind 라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도 수치심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blind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euphemism이 오히려 다른 의미를 전달해주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euphemism의 사용에 탄식을 금치 못한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아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습니다.
말은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자! 이제 그 유명한 challenged 계열의 표현을 살펴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있지만 이 강좌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건 다음과 같습니다.
the horizontally challenged/ the vertically challenged the metabolically challenged / the positionally challenged
잠깐 생각해보세요. 무슨 뜻일까요?
the horizontally challenged
horizontal 은 수평선과 관계가 있다는 말이지요… 즉 ‘가로의’ 입니다.
가로적인 면에서 (가로적인 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입니다. 옆으로 많이 퍼진 사람을 말합니다. 살찐 사람을 이렇게 말합니다.
the vertically challenged
이거는 아시겠지요? vertical은 수직과 관계 있지요… 즉 ‘세로의’ 입니다. 세로적인 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키가 작은 사람을 말합니다.
the metabolically challenged
metabolic 은 metabolism (신진 대사)의 형용사 형입니다. 신진 대사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세상을 떠난 사람입니다. death를 의미하는 수많은 euphemism 중의 하나입니다.
the positionally challenged
positional은 position, 즉 ’위치’와 관계 있는 겁니다. 이 사람은 위치라는 측면에서 힘들군요.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방향 감각이 없거나 길을 잃은 사람을 말합니다.
신체 장애와 관련해서는 위에 나온 바와 같이 visually challenged 를 비롯 많은 challenged 계열의 표현이 있습니다.
euphemism은 다음 강좌에서 계속 됩니다.
이 글은 2015.06.2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