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과 에어컨
우리 사이트 자게에 어떤 분이 헤드폰 좋은 게 뭐 있냐고 물어봤다.
근데 헤드폰(or earbuds) 끼고 음악을 들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남들 다 있는 워크맨을 군대 제대하고 나서야 갖게 됐는데
그 때 막 들뜬 기분에 이어폰 꽂고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그 몇 달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음악은 귀가 아니라 몸으로 듣는 거다”
헤드폰을 물어본 분께 간절히 해주고 싶었던 말이지만 그냥 꾹 참았다.
(참긴.. 여기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이 주는 느낌은
눈 양 쪽 시야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앞을 보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듣는 건 귀가 듣지만 보는 건 눈이 보지만
사실 그 모든 걸 느끼는 건 우리 몸이라고 난 생각!!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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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강남역이 된 감이 있지만 옛날엔 영어 학원 하면 종로 쪽을 알아줬다.
나 대학 때..
어느 학원 옆을 지나는데
1층 랩실(책상은 칸막이.. 사람들은 헤드폰을 끼고 LC 수업 하는 방)을 통유리로 해놓은 거였다.
그 때만해도 상당 파격적인 모습.
지나가던 사람들 길 멈추고 원숭이 구경하듯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쳐다보고..
좀 멋쩍어하는 그 사람들..
헤드폰 낀 것도 모자라 그걸 손바닥으로 꽉 눌러가며 영어 듣기에 몰두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면 “야~ 저런 데서 하면 영어 금방 늘겠다”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거다.
군대 제대하고 영어 좀 제대로 해보겠다고 매일 학교 랩실을 출근했던 적이 있다.
빵하고 우유 들고 서너시간씩 있다 오곤 했다.
근데.. 참 싫었다.
양쪽엔 칸막이 & 헤드폰 낀 상태로 고개 푹 파묻고 있는 그 모습.
다 끝나고 나올 때마다 축 늘어져서..
그래도 그렇게 하는 거라고 그 때는 생각하고 그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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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때 좀 늦게 와도 그냥 문 열고 들어오시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 수업 듣는 분들은 LC 오디오가 흘러나오는 중에도 그냥 들어온다. (내가 그러라고 했으니..)
근데 그게 맘에 안 드는 분들이 있다.
눈에 써있다.
얼굴에 드러난다.
LC에 열중하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 자료 집는 소리 신발 소리 의자 빼는 소리 앉는 소리.. 싫은 거다.
글쎄..
이른바 헤드폰(이어폰) LC가 낳은 결과라고 하면 내가 오버하는 걸까?
미국 사람들이 우리들 귀에 영어를 속삭여주지는 않는다.
“자~~ 잘 들으세요오~” 하고 친절하게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
아니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귀를 내주는 내 모습이 무지 처량하게 보이지 않을까?
실전에서는 영어를 귀로 듣지 않는다.
몸으로 듣는다.. 고 하면 약간 멋 부리는 표현이겠지만..
그럼 몸이 아니라 머리로 듣는 거라고 해두자.
아는 만큼 이해하는 거지
소리가 더 크다고 소리가 더 깨끗하다고 내 귀에 더 가깝게 얘기해준다고
이해 못하는 걸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말.
(물론 주변이 아주 시끄러우면 좀 그렇겠지만..)
우리말 LC 생각해보자.
티비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열쇠로 문 열고 집에 들어오신다고 해서
“아이~~ 티비 LC 안 된단 말에요.” 이러진 않는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면서도 마루에서 나오는 티비 소리 다 알아듣는다.
몇 명이 모여서 연속극 보며 함께 수다 떨어도
이해는 물론이고 그 와중에 연속극 주인공이 성형을 했네 안 했네 연기가 후지네 별로네.. 얘기할 거 다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LC에 방해되니 좀 조용히 하면서 볼까?” 했다간
방으로 쫓겨나서 컴퓨터로 혼자 보는 신세가 될 거다.
LC라는 게 뭘까..
뭐를 어떻게 들어야 듣는 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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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준비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아까 처음에 말했던 게시판에 질문했던 분 때문은 아니다.
그 분은 영어가 아니라 음악 때문에 헤드폰이 필요한 거였으니까.
어떤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있는데
내일 토익 시험이 있단다.
근데 그 시험 중에.. 아니 LC 시험 중에 교실에 에어컨을 틀어야 되는 지 여부에 관한 글이었다.
에어컨 소리가 LC에 방해될 지 모른다는..
아~~ 이건 뭔가..
스펙 쌓는다고 대학 1학년 때부터 토익에 매달려온 대학생들 LC 실력이 이거 밖에 안 되는 건지..
창 밖에 전투기가 지나가는 정도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에어컨 소리라니???
요즘 에어컨 좋은데.. 별로 소리도 안 나는데..
그 조금의 소리가 거슬릴 정도의 실력??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에는 옛날 선배들이 영어를 더 잘 했던 것 같다.
요즘 학생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배우고 중고등학교 때 학원 쭉 다니고
대학교 들어와서도 영어 책 들고 있는 시간이 우리 때보다 더 긴 게 사실인데..
어학 연수네 교환 학생이네.. 우리 땐 상상도 못했던 기회를 갖고 영어하고 있는데..
검색만 하면 모든 영화/미드의 대본을 구할 수 있는 세상.
인터넷에는 각종 자료가 넘쳐나고.
모든 환경이 선배들보다 영어를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옛날보다 더 못한다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 없다. (뭐.. 증거 자료는 없지만서도..)
영어가 암기 과목이라는 걸 우리 때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느꼈지만
요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알게 된다.
취직을 위한 영어 시험의 노예가 되는 게 우리 때는 빨라야 대학교 3학년 때 정도였는데
요즘은 1학년 1학기 개강과 함께라고 해도 될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컨 논쟁은 참 아니다.
정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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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마지막으로 하자면..
대학 때 랩실에서 갈고 닦았던 내 LC 실력은 통역대학원 들어가서 박살났다.
무참히 처참히 정말 쪽이란 쪽은 다 팔릴 정도로 박살났다.
헤드폰 LC는 아니었다는 걸 난 대학원 들어가서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대학원 때 얘기는 앞으로 더 자세하게 써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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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토익 시험 보는 분들 (우리 학원 알바 포함) 에어컨이 나와도 LC 시험 잘 보세요~~~
이 글은 2015.06.26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