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원고: Part I 1~4

(글이 꽤 깁니다. 얇은 책인데 그래도 게시판에 옮기니까 양이 꽤 되네요.)

Part I. 영어, 읽어야 한다

읽기는 되는데 회화가 안 된다

읽기는 되는데 작문이 안 된다

읽기는 되는데 듣기가 안 된다..

읽기는 되는데 다른 게 안 된다구요?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건 우리가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착각 중 하나입니다.

읽기가 안 되면 다른 게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지금 영어를 배우고 있는 우리 나라 사람들 대부분

읽기도 제대로 못합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

1. 무조건 들으면 될까?

흔히 영어 학습의 네 분야로 언급되는 것을 ‘읽기와 듣기’ 그리고 ‘말하기와 쓰기’, 이렇게 두 가지로 다시 나눠 보았습니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
남의 것이 내게 들어오는 과정 내 것이 밖으로 나가는 과정
읽기는 눈을 통해 들어와서 ‘내 머리’ 속에서 이해 과정을 거치고, 듣기는 귀를 통해 들어와서 역시 ‘내 머리’ 속에서 이해 과정을 거친다.
- 이해의 관건은 ‘내 머리에 무엇이 들어있느냐’ 이다
말하기는 ‘내 머리’ 속에 있는 그 무엇이 입을 통해 나가는 과정이고, 쓰기는 ‘내 머리’ 속에 있는 그 무엇이 손을 통해 나가는 과정이다
-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역시 ‘내 머리 속에 무언가’ 있어야 한다

결국, 내 머리를 통해서 상대방의 글과 말을 이해하고, 내 머리 속에 있는 게 나가서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하는 데 가장 기본이 무엇인 지에 관한 답은 너무 쉽게 나오네요 –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게 많아야 한다’

그럼 답은 머리 속에 많이 집어 넣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영어에 대한 노출’이 많아야 합니다. 자, 우리 땅에서 영어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시도 때도 없이 사방에서 영어가 들리는 미국 땅이 아닙니다. 우리 땅입니다.

답은 아주 쉽거든요 - 읽는 거에요.

이렇게 말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 “무조건 많이 듣고 따라 하면 된다”

여러 매체에 자주 나오는 영어 광고를 보면 ’어린 아이들의 언어 습득 과정’이 항상 인용되곤 합니다. “애들은 말을 이렇게 배웁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고 말이지요.

아이들은 문법을 배운 다음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아이들은 ’읽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듣고 따라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가 된다고..

하나도 틀린 말 아닙니다.

  • 하지만, 이건 미국 아이들이 미국 땅에서 자기네 말인 영어를 배울 때 얘깁니다. 우리가 미국 아이들인가요? 한국 어른들 (청소년) 입니다. 달라도 아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말이 우리의 일부가 돼버린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남의 말인 ’영어’를 배우려고 합니다. 우리말과 영어가 어떻게 다른 지 정도는 알고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 그래서 최소한의 ’문법’은 필요합니다.

  • 우리는 우리 땅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합니다. 사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건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영어가 들리는 미국 땅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자신이 인위적으로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 가장 쉬운 방법은 영어를 ‘읽는’ 겁니다.

  • 무조건 듣고 따라 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너무 커버렸습니다. 미국 아이와 한국 어른 (청소년)..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에 있어 그 차이는 엄청납니다. 아이들은 남이 하는 대로 말을 따라 하면서 하나 하나씩 배우면 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이미 머리 속에 무지 많이 들어있습니다. 남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것 가지고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 자신의 머리 속은 자신이 스스로 채워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읽으세요.

읽기를 통해 자신의 머리 속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건 조금 후에 하겠습니다.

2. 읽어서 이해 못 하면 백 번 들어도 모른다

‘영어 듣기’ 열풍은 아직도 대단합니다. 두 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물론 그 유명한 시험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듣기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다고 봅니다.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제대로 된 영어 듣기 수업 해본 적이 거의 없지요. 대학교 들어가면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해야 한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무슨 수업 듣냐고 하면 ’영어 듣기’라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듣기’를 하지 않으면 영어 공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는 상황이니, 영자 신문이나 소설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졸지에 고리타분하게 영어를 학습하는 사람이 돼버립니다. (중•고등학교 내내 한 게 읽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도 학원에서 ‘듣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 - “듣기가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질문) 나 - “읽으세요.” 학생 - “듣기가 안 된다니까요.” 나 - “읽으세요.”

학생 - “저 독해는 잘 해요.”

이런 대화 여러 번 해봤습니다. 듣기가 안 된다고 말하면서 “독해는 잘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말하는 ’독해’는 제가 생각하는 ’읽기’와는 꽤 다릅니다. 이 분들이 말하는 ’독해’는 ’독해 시험’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독해 시험은요..

  • 읽어 내려가다 헷갈리면 잠깐 ‘스톱’ 하고 앞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도..
  •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 심지어 보기만 보고서도..
  • 시간 제한 없이 허리띠 풀어놓고 느긋하게 읽고 나서도..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독해 시험’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자, 아래 영어 문장을 미국인 친구에게 그냥 보통 속도로 ‘입으로’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시간을 재면서 입이 아니라 ‘눈으로’ 한 번 읽어보세요. ‘눈으로’ 읽는 겁니다.

독해 문제 푸는 거 아닙니다. 대강 읽지 마시고, 정말 제대로 이해하겠다는 생각 가지고 읽으세요.

시작~~ (시간 재보세요)

The problem is that rewarding only success discourages people from taking the risks required to import and test new ideas from outside the firm or industry, to find new uses for old ideas, and to try new blends of old knowledge. If you want people to be innovative, then you want them to spend their time dreaming up, refining, and testing unproven – and thus mostly unsuccessful – ideas. Success should be treated like a happy accident, at best an outcome that should worry you if it occurs too often.

미국 사람이 ‘입으로’ 소리내어 부담없이 읽는데 약 30초 걸렸습니다. 여러분은 ‘눈으로’ 읽는데 얼마가 걸렸나요?

만약 30초가 넘었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30초가 넘었는데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는 분도 마찬가지^^)

독해가 된다고 말하지 말자

독해 문제는 어찌 어찌해서 감으로 답을 찾아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입으로 소리 내서 읽을 동안에 눈으로 읽는 것도 못 끝낸다면 그건 제대로 된 읽기 실력이 아닙니다. (우리 말을 비교해서 생각해보세요. 남이 입으로 소리 내서 읽는 동안에 눈으로 읽는 거 못 끝내는 사람 없습니다)

영어 듣기가 안 되는 건 당연하다

들릴 수가 없지요.

원어민이 입으로 읽는 데 30초 걸렸습니다. 이걸 여러분은 눈으로 입력해서 머리 속에서 이해하는 데 30초가 넘게 걸렸습니다. 귀로 입력되는 건 눈으로 입력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글자가 얌전히 제자리에 있습니다 (책에 있는 글자가 막 날아다니는 거 봤나요? ^^). 여러분의 이해 능력 외에 다른 변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귀로 들을 때는 말하는 사람 입에서 사투리가 나올 수도 있고.. 뜻은 안다고 생각하는 단어지만 막상 발음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는 단어도 있고.. ’연음’이 나와서 아는 단어 혹은 표현인데 안 들리는 경우도 있고.. 어느 부분은 빨리 읽다가 다른 부분은 천천히 읽을 수도 있고.. 등등

귀로 들을 때는 지금 소개한 것처럼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눈으로 읽는 것도 제대로 안 되는데 어떻게 귀로 듣는 게 잘 될 걸로 기대 하시나요?

무리지요. 귀로 듣기 위해서는 눈으로 읽는 게 제대로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말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이 옆에 있으면 한 번 이렇게 말해보세요 - “어휴~ 짱나!”

아마 못 알아 들을 겁니다. 못 알아 듣는다고 50번 정도 계속 말해줘 보세요. 친절하게 한다고, “어 • 휴 • 짜 • 앙 • 나” 천천히 해보기도 합니다. 그럼 알아들을까요? 아마 그 외국인 머리를 쥐어 뜯을 걸요. “제발~~ 제발 그만해” 라고 말하면서요..

그 외국인이 “어휴~ 짱나!“를 못 알아 듣는 건, 이 말의 뜻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 없습니다. 뜻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 외국인 머리 속에는 ’“어휴~ 짱나!” 라는 건 입력돼 있지 않지요.

듣기가 안 되나요?

근본적인 이유는요..

여러분 생각처럼 듣기 연습을 게을리 해서가 아닙니다.

여러분 생각처럼 영어가 빨라서 그런 거 아닙니다.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수다맨’ 기억하시지요? 무지 빨리 말해도 우리 다 알아 들었지요. 무슨 말인지 아니까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머리 속에 입력돼 있는 영어의 폭이 좁아서 입니다. 무조건 들으면 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시다면 조금 바꿔주세요. 듣기 연습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읽기’를 병행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무조건 들으면 언젠가는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언젠가’가 과연 언제일까요?

탄탄한 ‘읽기’ 능력이 뒷받침 된 상태라면 무조건 기계처럼 듣기만 할 때보다는 그 ’언젠가’는 훨씬 더 일찍 우리에게 다가올 겁니다.

’듣기’가 안 되나요? - ‘읽으세요’

3. 앵무새 만들기

온 몸으로 ’영어 읽기’를 거부하면서 ’무조건 듣고 따라 하기’를 열심히 하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 하는 말 - “회화가 급해. 읽을 시간 없어.”

며칠 지나면 그 교재에 나오는 몇 편의 대화를 거침없이 외우게 됩니다 (사실 그런 형식의 교재를 듣고 그렇게 외우지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당장 이렇게 결과가 나오니 ‘뭔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 다음 달에 외국인 바이어가 오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호언 장담하고 있습니다.

과연 정말 뭔가 돼 있는 상태일까요?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서 물어 보겠습니다.

외국에서 바이어가 옵니다. 업무 상 필요한 대화가 있지요. 경험해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이런 대화만 중점적으로 연습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업무 외적인 대화들입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사러 온 바이어가 있다고 해볼까요?

나: “하이.” 외국 아저씨: “하이~~~~~” (이제 인사 끝나고 업무 얘기 들어갑니다) 나: “이 제품은요.. 어쩌고 저쩌고.. 이래서 무지 좋아요. 좀 사가세요.” 외국 아저씨: “좋은 거 같네요.” (근데 이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외국 아저씨: “근데요..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남자 분이 어떻게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나: “@^%^#$ (대본에는 이런 말 없었는데..)”

(바이어 와서 업무 끝나면 최대한 밥 빨리 먹고 노래방 데려 가는 게 최선이라지요? 노래방 가면 말할 일 별로 없으니까요. ^^)

앵무새.. 사람이 몇 가지 말을 가르쳐주면 따라 하는 놈입니다.

사람 아기가 태어나서 ’엄마’라고 제대로 하는 데 1년 정도 걸립니다. 아마 앵무새는 더 빠를 걸요.. (재미있네요)

앵무새는 사람이 가르쳐 준 말만 합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말을 만들어서 하는 앵무새 있나요?

앵무새는 대화를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의 말을 무조건 듣고 따라 하는 수준이지요. 자기도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만, 자기가 스스로 그 문장을 만들어 한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교재에 나오는 대화 몇 개 외웁니다. 실제 대화가 교재의 대화대로 흘러갈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하지요. 내 머리 속에는 무조건 듣고 따라 한 몇 개의 문장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말이 대화에 나오고 또 내가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은 꽉 닫힌 채 도무지 열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앵무새가 되어 버립니다.

앵무새..

문장 몇 십 개 혹은 몇 백 개 외워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 - 여러분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하고 싶은 말이 고작 그것 밖에는 안 된단 말입니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영어에 관해서는 책 몇 권 혹은 테이프 몇 개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우리들입니다. 물론 회화책, 테이프가 우리의 영어를 후퇴 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나름대로 다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책 몇 권, 테이프 몇 개면 영어가 금방 된다는 착각에서는 빠져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으세요.

’읽기’를 통해 여러분 머리 속에 많은 정보를 넣어두세요. 뭐 들어있는 게 있어야 나중에 말을 할 거 아니겠습니까? 가능하면 여러 분야의 ’읽기’를 하는 게 좋지만, 그게 싫으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 드세요.

어떤 걸 읽어야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일단 추천하는 게 바로 ’통속 소설’입니다. 노벨상 수상 작품이 아니라 ’통속 소설’입니다. 소설 보세요. 따옴표 안에 수많은 대화가 나옵니다. 이게 바로 생활 영어입니다. 저 사람들이나 우리나 비슷합니다. 생활 영어.. 생활 한국어..

회화책에 나오는 몇 가지 도식적인 표현을 외우는 것 보다는, 소설책 따옴표에 나오는 살아있는 표현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여러분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바이어를 자주 만난다면 ’무역 영어 회화’도 좋지만, 주인공이 ’무역’을 하는 소설을 몇 권 구해서 읽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빨리 빨리” - 이건 영어에, 아니 그 어떤 언어에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혹시”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치고 테이프를 들어봤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같았을 겁니다. 이제는, 제발 이제는 안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몇 십 년 경력의 베테랑 택시 기사 아저씨 아줌마들..

이 분들 어디 가자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정하고 운전을 시작합니다. 동네 골목길도 거침없이 들어가시고 차가 막히면 안 막히는 지름길로 가는 그 모습!! 그 많은 길을 다 외우고 다니실까요? 아니지요. 머리 속에 암기돼있는 길이 아닙니다. 암기돼 있는 건 그렇게 금방 나올 수도 없습니다. 여러 해 동안 이 길 저 길 다니시면서 언제인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 속에 자연적으로 입력되어 있는 겁니다.

문장 몇 개만 외우면 영어 회화 문제 없습니다 = 며칠만 차 끌고 다니면서 길 외우면 베테랑 기사처럼 될 수 있습니다

이럴 거라고 생각 하시나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천천히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읽으세요.”

4. 영어가 안 되는 데 어떻게 읽어?

영어 어떻게 하냐고 질문 하는 분들 참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답을 드립니다 - “단어 설명, 해석 다 나와있는 참고서만 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영어를 읽으세요”

그러나 현실적인 벽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읽고는 싶지만 영어가 안 돼서 못 읽는 거지요. 그래서 영어가 부족한 분들에게는 이런 제 말이 그렇게 쉽게 다가서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그냥 표현 몇 개 외워버리고 마는 아주 쉬운 길을 택하나 봅니다)

혼자 영어를 읽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 ‘내가 지금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고 있는 건가?’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 “단어도 딸리고, 문법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혼자 읽어?”

영어 읽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영어 실력이 모자라는 경우지요. 읽으려고 해도 도저히 단어를 모르고, 또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분야는 우리 글로 써있는 경우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경우의 답은 간단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또 잘 아는 쪽의 글을 읽으면 되니까요. 그러나 첫번째 경우는 좀 답이 어렵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가 생각나는데요.

영어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단 읽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 다른 얘기 없이 닥치는 대로 읽기만 하라는 건 사실 그렇게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닥치는 대로’가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계도 아닌 사람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계속 읽을 수는 없으니까요.

읽을 때 이해가 안 되는 건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개별 단어나 표현을 모르기 때문, 또 하나는 문장 자체가 이해가 안 되기 때문 - 바로 용법과 문법의 영역입니다.

첫 번째 경우, 즉 개별 단어나 표현의 용법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사람이 다 같습니다. 주위에 아무리 영어 잘 하는 사람도 모든 단어나 표현의 용법을 알지는 못합니다. 원어민조차도 자기네 말 단어나 표현 다 아는 거 아닙니다. 용법의 알고 모름은 정도의 차이입니다. 또 영어를 배워나가는 한 누구나 계속 안고 가야 할 숙제입니다.

용법은 마음 느긋하게 먹으면 됩니다 - “오늘은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하지만 내일은 이 정도로 좋아지겠지” 라고 말입니다.

“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영어를 읽을 수 없다” - 이건 정말 변명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아주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단어를 모른다구요?

‘사전’ 찾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사전이 없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면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단 생각을 바꾸세요 - ’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읽지 못한다’에서 ’읽으면서 단어를 알아 나간다’로 말입니다.

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단어만 나와있는 책, 그 유명한 무슨 무슨 vocabulary 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어느 특정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전문적인 용어가 필요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단어를 몰라서 vocabulary 책을 한 권 다 끝내야 영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에 나와있는 우정에 관한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네요.

‘단어나 표현을 모른다’ - 이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문젭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읽기’를 통해서 여러분의 단어를 늘려 가세요.

문법을 모른다면..

솔직히 말해 우리가 알아야 할 순수한 문법 사항은 중학교 때 배운 내용으로 충분합니다. ’문법적’인 질문이라고 하는 걸 보면 개별 단어나 표현의 ’용법’에 관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he 다음에 오는 be 동사는 is’ 라든지 ‘부정사, 분사..’ 와 같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 말이 과연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분은 다시 문법책을 집어 드세요. 문법을 모르면 문법책을 봐야 합니다. 그러나 토플이나 토익책을 다시 꺼내 문법 파트 다시 공부하지는 마세요. 문법책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두꺼움을 채우기 위해 이 내용 저 내용 다 집어 넣습니다. 사실 그렇게 두꺼운 책에 나오는 내용의 대부분은 여러분이 ’읽기’를 통해 익혀나가야 할 용법 쪽의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오히려 중학생들이 보는 문법책을 권합니다 (물론 영어로 써있는 기초 문법책이면 더 좋겠지만..) 설명도 쉽구요.. 무엇보다도 나열돼 있는 사항이 그리 많지 않아서 당장의 부담도 별로 없습니다. 문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 이해라고 봅니다. 우리 말과 다른 데에서 오는 영어와 우리 말의 차이를 이해하는 거지요. 영어의 모든 단어, 표현을 문법책을 통해 알 수는 없습니다. 이건 귀찮고 힘들더라도 여러분이 직접 ’읽기’를 통해 쌓아가야 합니다.

또, 문법책은 하나의 참고서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문법책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끝낸다는 개념의 책이 아닙니다. 분명히 책에서 봤는데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잊어버리는 게 당연합니다. 모르면 다시 문법책의 해당 부분을 참고하세요.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사전 하나만 있으면 어느 정도 이런 부분도 해결됩니다. 사전에는 문법 관련 사항도 모두 나와있으니까요.

문법이 약하다고 해서 ’읽기’를 완전히 놓지는 마세요. 아까 단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평생 친구 한 명 못 사귀다 죽습니다.

아마도 ’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읽는다는 것’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못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자세에서, 못해도 좋다.. 이렇게 한 번 해보자.. 그리고 조금씩 나아가 보자..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혼자’하는 ’읽기’를 무서워 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하려고 하시나요?

이 글은 2015.06.1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