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원고: 책을 시작하며
책을 시작하며
책이 많이 팔리려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야 한다고 흔히 말합니다.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 이 정도면 자극적인가요?
그러나, 단순히 여러분의 관심을 끌기 위해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제목을 붙인 건 아닙니다.
happy가 행복한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영어 죽어라 해라, 몇 달 만에 끝난다” “무조건 외워라! 그러면 영어 된다” “워크맨 몇 개 고장 날 때까지 들어라. 그럼 들린다” 같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주장과는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물론 더 정확히 말하자면 <happy를 단순하게 ’행복한’으로만 생각하지 말자>일 겁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너무 약합니다.
책을 많이 팔기에 약한 제목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을 깨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만들기엔 너무 약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입니다.
treat = 다루다
happy = 행복한
accident = 사고
우리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입니다.
아니, 거창하게 ’관념’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한 영어 단어에 대해 이렇게 우리말 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이 세 단어를 아는 단어라고 착각합니다.
이런 문장을 보게 됩니다.
Success should be treated like a happy accident. - 성공은 행복한 사고처럼 다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고 이 문장을 이해했다고 또 착각합니다. (행복한 사고.. 이게 도대체 뭘 말하는 거지요?)
단어 세 개와 문장 하나 가지고 별 호들갑을 다 떤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여러분이 알고 있는 영어 단어가 머리 속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 말입니다.
아마 거의 모든 단어가 ’happy = 행복한’과 같은 ’영어 단어 = 우리말 대응어’의 등식 형태로 머리 속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우리.. 영어 참 오래 했지요?
하지만 왜 그 어느 선을 넘지 못하는 걸까요?
회화책 줄줄 외우지만 얼마 후에 또 까먹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 입에서 잘 안 나오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 잘 안 들리고.. 단어 다 안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문장 전체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고..
도대체 왜 그럴까요?
‘happy = 행복한’ 이라는 맹신 때문입니다.
바로 이 등식이 가장 밑바닥에서 우리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착각에 빠져있는 우리는 위만 바라보면서 “어휴~ 왜 안 올라가는 거야?” 짜증만 내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바보 같은 등식을 빨리 깨고 제대로 된 영어 세상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참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몇 십 년 영어 공부 했는데, 입에선 말 한 마디 안 나오고 귀로는 한 마디도 들을 수 없다.”
그런데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회화나 청취, 작문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읽기(reading)’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저를 가르쳐 주신 대학원 은사님들, 영어 참 잘 하는 제 주변의 선후배들, 모두 하나 같이 ’읽기’를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혼자 해나갈 때 가장 기본은 ’읽기’라는 거지요.
’읽기’가 되면 다른 모든 분야를 잘 할 수 있는 기초가 되지만, ’읽기’가 안 되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채워지지도 않는 독에 많은 돈을 써가며 물을 붓고 있습니다)
“독해는 별 문제 없나요?” 물어보면 영어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우습게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 ’독해’와 ’독해 문제 풀기’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문장 읽고 주제 찾는 ’독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영어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풀고 있을까요?
객관식 문제 답 맞추는 것과, 영어 문장 제대로 이해하는 건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또 제대로 이해한다고 해도 얼마나 빨리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지도 관건입니다.
영자 신문을 우리 신문 읽는 속도로 읽어 내려갈 수 있나요?
영문 잡지를 우리 잡지 읽는 속도로 읽을 수 있나요?
만약 그 정도의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읽기’를 우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우습게 아는 ‘읽기’ 마저도 안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들리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나오는 것도, 글이 안 써지는 것도, 다 따지고 보면 지금 말한 ’읽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한국어인 우리 나라에서 영어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도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읽는 겁니다.
“읽으세요”라고 하면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한동안 영어를 놓았다가 다시 시작하는 대부분 사람들 - “문법부터 봐야겠지요?”
영어를 꾸준히 해왔지만 잘 늘지 않는 대부분 사람들 역시 - “문법이 모자라는 거 같아요”
문법도 어떤 문법을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생각엔 우리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문법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다는 거지요.
아까 말한 ‘happy = 행복한’ 이라는 등식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단어가 모자라는 거 아닐까요?“라고 말하면..
그럼 “Vocabulary 책 좋은 거 없냐?“고 다시 물어봅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닌데..” 이렇게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말하는 단어라는 건, 한 영어 단어의 ’우리말 대응어’를 단순하게 암기하는 게 아닙니다.
’뜻’이 아니라 ’단어의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거기까지만 말하면 대부분은 이해 못 한다는 듯이 돌아서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단어의 그림’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외우는 단어’가 아닌 ‘그리는 단어’ 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순간적으로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제 수업을 들었던 분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앉아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과연 내 영어 실력의 바닥은 어디지?”
“내가 확실하게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단어가 과연 몇 개나 될까?”
그러면 제가 여러분들 기 죽이려고 이 책을 썼을까요?
아닙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느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습니다.
“아~ 지금까지 해도 해도 안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이거였구나.”
한 번 느껴보세요.
이 지면을 빌려 감사 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생각하면 언제나 죄송한 마음 뿐인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할머님.
언제나 변함없이 저를 믿고 후원해주시는 부모님과 제 가족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서로를 챙겨주고 아껴주는 친구들과 그 가족들.
가장 많은 시간을 저와 함께 보내며 웃음을 주고 받았고 지금 그러고 있는 네오퀘스트와 신동표 어학원의 모든 식구들.
보잘것없는 제 영어 실력에 커다란 도움을 주신 통역대학원 은사님과 여러 선후배들.
이 책이 주인의 손에 놓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넥서스 식구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신 여러 손길들.
이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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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happy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다음에 10개의 질문과 답이 나와있습니다.
10개의 ‘답’ 중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게 몇 개가 되는 지 한 번 보세요.
Q: 영어를 모를 때 보는 게 사전인데, 영어로만 써있는 영영 사전을 보라는 말이 이해되니?
A: “잘 이해가 안 가. 영영 사전은 영어 좀 하는 사람들이 보는 거 아닌가?”
Q: happy와 chloroflurocarbon 중 어느 게 더 어려워?
A: “보면 몰라? 당연히 chloroflurocarbon.”
Q: 단어를 단어장에 정리하면서 외우고 있니?
A: “응. 단어장 정리하고 나중에 외우고.. 그래.”
Q: 단어 공부를 위해 ‘Vocabulary ~~~ 나 Word Power ~~’ 같은 책 본 적 있겠지?
A: “응.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단어를 외울 수 있었어.”
Q: 다른 사람이 하는 영어 해석을 듣고 이런 말 해본 적 있니?
A: “이상하네. 그 단어에 그런 뜻이 있어? 내 사전에는 없는데.”
Q: insight 가 무슨 뜻이야?
A: “그 정돈 안다. 통찰력!!”
Q: 그럼 ’통찰력(洞察力)’은 무슨 뜻인데?
A: “#$!%@ 통찰할 수 있는 힘.. $^%@$ 통찰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 거 아닌가?”
Q: 영어 읽을 때, 문장에 나오는 단어는 다 알겠는데 정작 문장 전체는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가 있지?
A: “응 있어. 해석 안 된다고 말할 때가 그거지 뭐.”
Q: 영어 공부 할 때 옆에 사전이 없으면 불안하니?
A: “참고서나 책에 단어 뜻하고 설명 다 나와. 그거 보면 되니까 사전 없어도 크게 걱정할 건 없어.”
Q: 영영 사전과 영한 사전 중 어느 게 더 편하니?
A: “영한 사전.” (나는야 자랑스런 한국인. 으쓱^ 으쓱^)
Q: happy는 무슨 뜻?
A: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 행복한.”
몇 개나 되나요?
많으면 많을수록 저와는 생각이 다른 분입니다. (많으면 좋은 줄 알았지요? ^^)
혹시 10개 모두 체크하신 분도 있으려나? 그런 분은, 에궁^^,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저와는 정반대로 영어 학습을 해나가시는 분입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런 분일수록 이 책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나중에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 체크 항목 개수가 ’ZERO’로 바뀌어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 글은 2015.06.1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