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1] 책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오성호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를 조금씩 공개해봅니다. 최종 원고는 아니고 추후에 무지 무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점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여러분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
0. 책을 시작하며
영어 좀 해보겠다며 지금까지 들인 돈과 시간. 허공으로 날아간 이 돈과 시간,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우리 자신도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니, 누구에게 보상을 요구할 지 모르겠다.
우리들 모두 영어 정말 오래 했다. 그런데 영어 실력 참 안 는다. 모든 게 우리 잘못일까? 우리가 게을러서, 무능해서 혹은 학습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걸까?
근본 원인은 학교 영어 교육이다. 수능이라는 대학입학시험을 대비하는 목적의 중고등학교 영어 수업.
우리 학교는 영어를 언어로 생각하고 가르치지 않는다. 영어는 아이들 등수를 매기는 여러 잣대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수업으로는 영어 실력이 도저히 늘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교육은 아이들이 영어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점. 한 번 싫어하게 된 것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 대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보면 학교 영어 교육은 쓸모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해마다 수능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 변별력 타령 따위는 그만 하자. 당신들이 시험을 어떻게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신들이 내는 그 시험 자체가 문제이다.
학교 영어 교육을 얘기하지 않고는 영어 학습에 관한 그 어떤 논의도 이제는 별 의미가 없다
……………………………………………………………………………
어렸을 때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미식축구를 처음 보게 됐다. 너무 재미있어 새벽에 일어나 중계를 보고 아침에 학교 갈 정도. 중계방송 내용이 궁금해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를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했다.
좋아하면 잘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싫어하면 잘 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진리이다. “영어 좋아하세요?” 물어보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우리 대부분은 영어를 싫어한다.
영어 실력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영어를 하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영어를 하면 세상 홀로서기가 더 쉬워진다. 원어민 뺨칠 정도의 실력이 아닌 조금 잘 하는 정도만으로도 말이다. 평생을 매달린 영어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영어 실력은 그 ‘조금 잘 하는’ 정도도 되지 않는다.
이 사회는 각종 시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에게 영어를 강요한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봐야 늘지도 않는데 그렇게 강요질을 해댄다. 이게 싫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배격하자는 주장, 절대 아니다.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강요하려면 방법이나 제대로 갖추고 했으면 한다.
영어 강사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소망이 있다. 영어가 싫은 사람은 영어 하지 않아도 별 탈 없는 세상. 영어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바칠 수 있는 세상. 그 어떤 계기에 의해 영어가 좋아지면 부담 없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세상.
나는 나의 영어 수업을 사랑한다.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어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수업.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영어를 싫어하는 사람만 계속 늘어난다. 이대로 가면 수업을 관둬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기 싫다.
우리는 영어를 왜 이렇게 싫어하게 됐을까?
댓글 문답
오성호: 맞습니다. 영어와의 만남 그리고 그 이후의 관계 모두 학교가 정해놓은 코스를 밟아야 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비교적 자유로워진다고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번엔 기업이 정해놓은 코스를 쫓아가야 합니다.
독자: 이 책의 독자로 누구를 예상하고 계신 것인지 잘 안 와닿네요. 영어 시험 자체가 문제라면… 시험 문제를 내는 사람들에게 의견 개진하는 것인가요?…
오성호: 그 질문 많이 받아요. 독자는 전국민입니다. 영어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는 취지. 우리 자신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바꾸자는.. 늘 이상향을 꿈꾸고 삽니다. ^^
오성호: 저도 막 길게 적고 싶은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책에서 할게요 ^^ 이 글, 감동입니다!! 영어를 잘 하고 못 하고는 사실 나중 문제에요. 일단 좋아하고 재미있어진 게 중요합니다. 그럼 된 거에요. 앞으로 영어 잘 할 일만 남았으니 걱정마세요. 제가 책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요… 이렇게 지나간 중고등학교 시기가 아깝다는 말입니다. 전국민이 10대를 이렇게 보내잖아요. 이 시기를 다르게 보낼 수만 있다면… (가정법인가요? ㅎㅎ) 원고가 갑자기 또 안 써지기 시작했는데 지금 글이 큰 도움이 됐어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
독자: 제가 하고 싶은 말도 같은 맥락인 것같아요…영어를 잘한다…이 개념의 올바른 정립이 필요하다고 봐요…높은 시험 성적=영어 능통자…이렇게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이게 아니란 걸 아는 사람들이 학교영어 시험영어에서 벗어나 다시 영어를 배우려고 애쓰고 그 길이 험하고… 이런 오류를 벗어나려고 제 아들한테는 재미없는 학습 영어 접하지 않게 하려고 일반 영어학원에 안보내고 초등 때만이라도 보고 듣고 주절거리면서 언어로 영어를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지만…아이가 받는 또래집단의 영어시험 성적도 영어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더라구요…엄마가 영어는 언어다…강조해도 이미 아이 마음속에는 영어 시험 성적으로 나뉘는 서열로 본인은 영어 못하는 아이…이렇게 되고…중학생이 되니 본격적으로 공교육서 시험성적으로 줄세우기하구요… 제가 아이에게 니생각에 영어 잘하는 사람은 다음 세 명중 누구냐 질문을 해봤죠.. 1번. 학교 중간기말 영어성적 좋은 사람 2번. 토플 토익등 학원 영어성적 좋은 사람 3번. 외국인과 의사소통 가능한 사람 아이의 대답은…2번… 제가 3번이 아닐까 했더니…학원 영어가 제일 어려워서 거기서 성적 좋은 애가 영어 잘하는거라고…3번이 답이면 본인도 영어 잘하는 거라고…아직도 영어는 언어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한 거 같아요… 선생님의 책은..일단…잘 팔릴 것같지는 않습니다요ㅋㅋ 그래도 영어 다시 제대로 배우려는 사람들에겐 큰 울림이 있으리라…
오성호: 언제는 뭐 잘 팔렸나요? ^^ 너무 거창하게 시작을 해서 제대로 끝낼 수나 있을 지 모르겠네요.
독자: 시험영어의 폐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시험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영어를 더 접하게 되고, 시험대비 교과서 암송을 통해서 전치사 하나하나, 관사 하나하나꺼지 더 꼼꼼하게 이해하려는 순기능도 있는 건 아닐까요? 물론 beyond 시험영어 세상(=실전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도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양자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오성호: 책을 제대로 끝내기 위해 넘어야 할 여러가지 장애물을 적어주셨네요. 감사 ^^ 제가 고민에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2017.02.27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영어, 이제는 잘할 때도 됐다’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