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원고: 책을 끝내며
책을 끝내며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소개하고 싶은 단어는 너무나 많이 남아있는데..
이 모든 걸 책 한 권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욕심이겠지요.
책에 소개한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분이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지..
그러나
네오퀘스트와 저의 영어에 대한 생각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신 네오퀘스트 회원들..
또 저와 함께 수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계신 수강생들..
우리 나라 영어 학습 전체 인구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 되는 분들이지만
이 분들이 있기에 이 책을 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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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시작하며 열 가지 질문을 했었지요.
이미 책 내용을 통해 다 알고 계시겠지만,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짧게 한 번만 더 적어보겠습니다.
1.Q: 영어를 모를 때 보는 게 사전인데, 영어로만 써있는 영영 사전을 보라는 말이 이해되니?A: “잘 이해가 안 가. 영영 사전은 영어 좀 하는 사람들이 보는 거 아닌가?”
“영영 사전은 뜻풀이에 나오는 단어들이 너무 어려워. 나 같이 영어 못 하는 애가 어떻게 영영 사전을 보냐?” - 흔히 듣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무슨 생각 하는 줄 아세요? - “야~ 거짓말도 참 잘 한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솔직하지 않을까요?
“영한 사전 보면 그냥 뜻이 나오는데.. 영영 사전은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니까 귀찮아.”
영영 사전이 어렵다고 말하면서 시사 잡지를 보고 영자 신문을 읽고 뉴스 듣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잡지나 신문 같이 어려운 거 안 하는 사람도 시험 잘 보려고 어려운 독해 문제 지문 해석 정도는 시도하지요.
영영 사전 뜻풀이에 나오는 단어와 여러분이 실제 공부하고 있는 단어
어떤 게 더 어려울까요? (단 몇 분이라도 진지하게 영영 사전을 보세요. 답 금방 나옵니다)
“귀찮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려워서 볼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Q: happy와 chloroflurocarbon 중 어느 게 더 어렵니?A: “보면 몰라? 당연히 chloroflurocarbon.”
choloroflurocarbon.. 염화불화탄소.. 줄여서 CFC..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일명 프레온가스라고도 합니다.
염화불화탄소.. 참 어려운 단어네요.
정말 그럴까요?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얘는 이거 하납니다. 염화불화탄소.. 이거 말고 또 뭐가 있나요? 이 세상에 이거보다 간단한 단어가 또 있나 싶을 정도네요.
영어를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사 소통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happy가 훨씬 어렵겠지요. 정말로 다양한 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happy 의 용법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choloroflurocarbon이 어려운 건 ‘단어 시험’ 에서 그런 겁니다”3.Q: 단어를 단어장에 정리하면서 외우고 있니?A: “응 정리하고있어. 단어장 정리 하지 않으면 뭘 했는지 허전한 느낌이 들거든.”
단어장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그 단어장을 보면서 그걸 다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거겠지요. 힘들게 단어장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단어장의 목적은 ’정리’보다는 ‘암기’ 쪽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자신이 그날 한 내용을 ‘정리’ 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참고’ 하자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지만 그걸 암기하려고 드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겁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 다음 날 일어나면 기억 나는 것 보다 안 나는 게 더 많은 게 보통 사람이거든요.
단어는..
모르는 게 나오면 ‘얘는 별로 잘 안 나오는 단언가보다. 그러니까 아직 내가 모르지’ 라고 조금은 건방진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근데 며칠 후에 또 나오면.. “에고 또 나왔네.. “ 정도로 하고.. 또 나오면 “얘 이거 자주 나오는 단언가봐” 하면서 비로소 그 단어에 관심을 주면 됩니다. 이렇게 몇 번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서 머리 속에 들어온 단어는 나가라고 해도 잘 안 나갑니다.
그러나 단어장에 집착하면 매일 죽어라 외워보지만 결국 남는 건 별로 없습니다. 매일 그 과정을 반복하지만 늘어가는 건 스트레스구요.
단어를 너무 앞서가려고 하지 마세요. 어차피 마라톤입니다. 단거리 경주 하듯이 무리해서 뛰어봐야 곧 지쳐서 낙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영어 단어랑 옆에서 같이 가세요. 마음 느긋하게 먹고 말입니다.
어차피 죽을 때 까지 해도 다 모르는 게 단어니까요. (이건 우리말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말 단어 다 아는 사람 없습니다)
“오늘 내가 뭘 했나 초조하게 생각하면서 그 흔적을 남기려고 단어장 암기하진 마세요”4.Q: 단어 공부를 위해 ‘Vocabulary ~~~ 나 Word Power ~~’ 같은 책 본 적 있겠지?A: “응.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단어를 외울 수 있었어.”
단어장과 마찬가지로 이 자체가 우리에게 해를 주는 건 없습니다. 문제는 이걸 하면서 갖게 되는 여러분의 마음이지요.
많은 단어를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여러분 것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할 땐 뭔가 한 거 같은데 얼마 지나면 남아있는 거 별로 없는 우리의 전형적인 ‘암기식’ 영어 학습 방법의 또 하나의 예가 이런 방식의 단어 학습입니다.
‘단어장’ 얘기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별로 할 말이 없네요. ^^
한 전문 분야의 용어를 일괄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면 모를까, 이렇게 보자기에 싸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체하거든요.
체하면 뱃속에 들어간 음식들.. 우리 몸에는 하나도 도움 안 주고 그냥 다시 나오는 거 아시지요?
“굳이 자청해서 체할 필요까지 있을까요?“5.Q: 다른 사람이 하는 영어 해석을 듣고 이런 말 해본 적 있니?A: “이상하네. 그 단어에 그런 뜻이 있어? 내 사전에는 없는데.”
이런 말 많이 해보셨을 거에요?
저 역시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한다고 소설을 읽으면서 한 친구가 해석하는 걸 들으면서 이렇게 말했었거든요.
그 때 제가 본 건 영한 사전.. 그 친구는 영영 사전..
영한 사전은 우리에게 ’대응어’를 주지만, 영영 사전은 우리에게 ’그림’을 줍니다. 그 그림을 충실히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하나로 고정시키지 마세요.“6.Q: insight 가 무슨 뜻이야?A: “그 정돈 안다. 통찰력!!“Q: 그럼 ’통찰력(洞察力)’은 무슨 뜻인데?A: “#$!%@ 통찰할 수 있는 힘.. $^%@$ 통찰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런 거 아닌가?”
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1대1 대응어를 가지고 있는 것만 해도 안타까운데, 그렇게 가지고 있는 1대1 대응어의 정확한 뜻조차 모르니 말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몇 개의 단어는 정말 빙산의 일각 정도 밖에는 안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통해 영어 단어를 익혔다면 아마 이런 어려운 한자어를 위한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을 겁니다.
어쩌겠어요? 이왕 이렇게 알고 있는 거.. 지금부터 하나씩 바꿔 가세요. (사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쉽게 사세요.“7.Q: 영어 읽을 때, 문장에 나오는 단어는 다 알겠는데 정작 문장 전체는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가 있지?A: “응 있어. 해석 안 된다고 말할 때가 그거지 뭐.”
이 얘긴 앞에서 참 많이 했지요?
단어 다 아는데 전체는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참 더러워서 못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착각이지요.
이 착각을 버리시면 마음이 훨씬 더 편해집니다.
“전체가 이해 안 되는 건, 실제로는 모르는 단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 때문입니다.“8.Q: 영어 공부 할 때 옆에 사전이 없으면 불안하니?A: “참고서나 책에 단어 뜻하고 설명 다 나와. 그거 보면 되니까 사전 없어도 크게 걱정할 건 없어.”
쉽게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대목입니다.
TV 외화..
영어를 꾸준히 하다 보면 우리 나라 성우의 목소리로 영화를 보는 게 힘들어 집니다. 듣자마자 100 퍼센트 이해는 가능한 ‘우리말 더빙’ 보다는, 100 퍼센트 이해는 안 되지만 원래 배우의 목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제대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영한 사전은 왠지 이게 아닐 거 같은 불안감이 생길 거에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교재에 나오는 ‘우리말 1대1 대응어’ 하나 보고 넘어가는 사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전을 통해 그 단어의 그림을 그려보는 사람..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날이 가면 갈수록 벌어질 겁니다.“9.Q: 영영 사전과 영한 사전 중 어느 게 더 편하니?A: “영한 사전.” (나는야 자랑스런 한국인. 으쓱^ 으쓱^)
앞에서 영한 사전이 필요한 몇 가지 경우를 소개했습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영영 사전이 더 편한 존재로 여러분에게 다가올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단!!
영영 사전을 매일 만나야 합니다.
일단 만나면 최대한 관심을 쏟아 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여러분을 힘들게 할 지도 모르지만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아셨지요?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있습니다. 국어 사전을 보라고 해도 자기는 자기 나라에서 나온 사전이 더 편하다고 한사코 국어 사전을 거부합니다. 가르치면서 마음이 편할까요?
“영어는 영영 사전으로 볼 때 가장 편합니다”10.Q: happy는 무슨 뜻?A: “누굴 바보로 아는 거야? 행복한.”“이게 아니라는 걸 이젠 아시죠?^^”
이 글은 2015.06.16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