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phemism I
옛날에 euphemism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 보니까 여섯 편이 있네요. 나눠서 올려드릴게요.
네오퀘스트 강좌 중에 ’문법 탐구’라는 게 있었습니다. 이 강좌를 바탕으로 쓴 책이 ‘뒤집어본 영문법’
거의 80여 회에 달하는 문법 탐구 글을 마치면서 마지막에 스페셜 형식으로 쓴 글이 euphemism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올리기 전에 잠깐 읽어보는데 그 때 생각이 무지 나는군요.
암튼 거의 20년 전 글이라는 거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그 때 쓴 내용 수정 안 하고 그냥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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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 그러면 왠지 먼저 얼굴을 돌리게 됩니다. 꼴 보기도 싫은거지요.. 왠지 무슨 학교 과목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나름대로 ‘문법 탐구’ 강좌가 딱딱해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글쎄요, 여러분께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읽어오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달에 남은 강좌는 강좌라기 보다는 그냥 정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걸로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약속드린 euphemism (완곡 어법) 첫번째 시간입니다.
- euphemism의 두 얼굴
사전에서 euphemism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a polite word or expression that people use when they are talking about something which they or other people find unpleasant or embarrassing, such as sex, bodily functions, war, etc.”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생각하거나 난처하게 생각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섹스나 신체 기능, 전쟁 들에 관한 말을 할 때 사용하는 정중한 단어나 표현… “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euphemism 이란 좋은거네..”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것 처럼 euphemism 역시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말로 순수한 의도인지 아니면 진실을 가리기 위한 것인지가 문제겠지요…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차마 ‘여러분 세금 올립니다. 세금 올려요..’ 라고 하기는 뭐 할 겁니다. 그래서 돌려서 말하게 됩니다. 어떻게요? 거꾸로 ‘정부의 세수를 늘려야 합니다. 세수를요..’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면 세금을 올린다고 직접 말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의 반감이 덜 하게 됩니다.
여러분 혹시 ‘political correctness’ 혹은 ‘politically correct’ 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아마 영자 신문이나 외국의 잡지, 혹은 우리 신문에서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겁니다. 저도 이 용어를 우리 말로 어떻게 번역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 인데요…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요.. 정치인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정치인들은 절대로 직선적인 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지요. 그리고 특정 집단이 들고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같은 말도 돌려서 합니다. 일종의 euphemism 입니다. 순수한 의미의 euphemism 과는 다르지요. 위에 나온 ’세수 증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political 이란 말 때문에 정치하고만 관련이 있다고는 보지 마세요.
나중에 또 설명 드릴게요.
그러나 본질을 숨기기 위한 euphemism 이나 political correctness 와는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아가씨가 (남자도 마찬가지 지요..) 선 보러 나간 자리에서 화장실이 급한 상태가 됐어요.. 상대 부모들도 다 있는데.. ’XX 누고 오겠습니다.’는 말도 안되겠지요? 그렇다고 ‘화장실 갔다 오겠어요.’ 라고 하는 것도 어색할 겁니다. ‘잠깐 실례하겠어요..’ 정도가 되겠지요.
이런 euphemism은 정말 그 의도가 순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euphemism 을 듣는 당사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중에 말씀 드리겠지만, 미 맹인 단체에서는 맹인들에 대한 euphemism 에 크게 반발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생각한다고 euphemism 을 만들었지만, 맹인의 입장은 있는 그대로 부르지 왜 이상하게 돌려 말하냐는 것이었지요..
이렇게 euphemism 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가 조금 향상되면 이런 euphemism 표현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이런 부분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재미이기도 하지요. 아니 native speaker 들도 누가 어떤 euphemism 을 만들었는지, 새로 어떤 말이 생겨났는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일부 euphemism 이 기분을 상하게 할 지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global leadership
제일 먼저 좀 스케일을 크게 잡아 보겠습니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해서 자신들의 세금을 축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명한 글의 제목이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U.S. “GLOBAL LEADERSHIP”
A Euphemism for World Policeman
이 글을 쓴 사람은 미국 정부가 global leadership 이라고 말하며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있나 봅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게 듣기 좋겠지요.
그러나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은 ‘global leadership 좋아하네.. 궂은 일 도맡아 하는 경찰 밖에 더 되냐..’ 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경찰은 세금을 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건데 그렇지도 않고, 또 사람들은 경찰은 당연히 자신들을 지켜주는 걸로 아니까, 미 정부가 하는 일에 다른 나라가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다는 말일 겁니다. 따라서 제목을 붙인 사람은 global leadership은 political correctness 라고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어 강좌인데.. 영어는 없고 순 우리말만 있네요. 가끔 이래야지요.
- affirmative action
다음은요..
일부에서는 political correctness 의 최고봉 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는 affirmative action 입니다.
affirmative action은 우리 말로 ‘차별 수정 계획’ 이라고 나오지만, 확실히 이거다라고 나와있는 용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Affirmative Action is an equal opportunity measure that allows race and gender to be considered for decisions on hiring, promotion, and public school enrollment.
affirmative action은 고용, 승진, 입학 결정 등을 내릴 때 인종과 성별을 고려해 동등한 기회를 주는 대책으로 여러 분야에서 차별 대우를 받던 흑인이나 여성들을 위한 조치입니다.
‘왜 affirmative action 이라고 부를까 (affirmative: 긍정적인)’ 사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John F. Kennedy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다음과 같이 써 있는 것이 유래라고 하더군요..
Federal contractors should take affirmative action to ensure that job applicants and current employees are treated “without regard to their race, creed, color, or national origin.
’입사 지원자나 현재 직원이 인종이나 종교, 피부색, 국적 등에 상관없이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affirmative action 입니다.
그런데 이 조치가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quota system 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요.
즉, 일정 퍼센트를 소수 인종이나 여성 들에게 할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능력은 있어도 이 제도 때문에 취업이나 입학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affirmative action 이 생기기 전에는 아무 문제없었던 계층의 사람들이 거꾸로 차별을 받는 겁니다. 이런 차별을 역차별이라고 합니다. reverse discrimination 입니다. 이 용어도 알아 놓으시구요.
원래 차별받던 사람들이 affirmative action 에 의해 유리해졌습니다. 이것도 차별 대우입니다. 이런 차별은 positive discrimination 입니다. 좋은 의미의 차별이란 말입니다. 마땅한 우리 말은 잘 모르겠습니다.
affirmative action 이 reverse discrimination 을 조장한다고 보는 사람들은 affirmative action 이야말로 최고의 euphemism 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affirmative action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 mercy killing
다음은 ‘안락사’ 얘기를 하겠습니다.
안락사의 정식 용어는 euthanasia 입니다. 그런데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붙여놓은 이름이 또 있습니다. 바로 ‘mercy killing’ 입니다.
mercy가 우리 말로 ’자비’로 번역되지만 글쎄요..
영어로 ’신이시여, 용서하소서’를 ‘Lord, have mercy on me.’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mercy는 신이 인간에게 갖는 거지요 (뭐, 일상 대화에서 항상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불치병 상태에 있거나 혹은 자신이 죽음을 원할 경우 의사가 안락사를 시키지요. 그런데 안락사에 결사 반대인 사람들은 그건 murder 지 절대로 mercy killing 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mercy killing이 일종의 euphemism (나쁜 의미의) 으로 보여지는 거지요..
그러니까 안락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또 다른 말을 만들어 냈지요…
바로 ‘assisted suicide’ 입니다. 자신들은 killing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suicide 하는 걸 도와주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assisted suicide 를 말하면서 ’right to die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right to die가 어디 있는가? 역시 말 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euphemism에 대해서는, 아니 euphemism 이라기 보다는 political correctness를 고려한 표현에 있어서는 항상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있나 봅니다.
- pro-choice vs. pro-life
몇 해전 ’낙태’에 관해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당시 또 euphemism이 화제가 됐었지요. 위의 안락사와 마찬가지로 종교 단체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낙태 지지자들은 pro-choice, 그리고 반대자들은 pro-life 라고 했었습니다. 참 이름 잘 붙이지지요?
여기 pro는 ’찬성’을 의미합니다.
’pro-choice’는 ‘선택을 지지한다’, 즉 아이를 낳을 것인지 아니면 낙태를 시킬 것인지에 관한 선택을 가길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반면 ’pro-life’는 ‘생명을 옹호하다’ 입니다. 태아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이 생명체를 죽일 권리는 없다는 말입니다.
또 기발한 게 있어요.. 공식적으로 사용됐다기 보다는 한 뉴스 그룹에서 논란이 됐던 용어입니다.
낙태를 ’reproductive health services’라고 했거든요. ‘reproduction에 관한 의료 서비스’ 라는 뜻인데요.. reproduction은 ‘번식’ 입니다. 즉, 아기를 낳는 것에 관한 의료 서비스란 말입니다.
그러자, 반대 편에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낙태는 번식을 막는 행위이다’, 다시 말해 ‘낙태는 애를 낳지 못하게 하는 거다. 무슨 서비스냐?’ 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counter-productive health service’ 가 돼야 한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counter는 ’역, 반대’의 뜻입니다. ’출산에 해가 되는 의료 서비스’라도 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counter-productive가 ‘생산에 해가 되는, 역효과만 가져오는’ 이라는 점에 미루어 보면 ’낙태’는 ’사회에 해가 된다’는 쪽으로도 생각한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공방은 계속 됐습니다.
오늘은 너무 무거운 분위기의 euphemism 만 선보인 것 같은데요…
다음 강좌에서는 좀 더 일반적인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2015.06.25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