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의 추억
몇 년 전에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웬 요가??
나도 모른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요가를 하려고 했는지.
학원 수업 때문에 오후 세 시 요가 수업인가 밖에 안 됐는데..
가서 물어봤더니 그건 ’지도자 양성반’이란다.
지도자 할 거 아니라고.. 지도자 반이면 다들 잘 할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렇단다.
그 반 사람들은 다들 잘 한단다.
근데 한 번 해보라고..
여길 내가 들어가도 되나.. 생각하면서 교실에 들어갔더니
샘께서 날 보자마자..
“어머! 남자분이 오셨네요. 다 여자여서 별로였는데… 그렇죠, 여러분?”
대 여섯 명 정도 되는 학생들 지들끼리 키득거리고.
“네… “ 이러고 맨 뒤에 앉으려고 하니까.
“앞으로 나오세요”
“아니, 제가요.…”
“앞으로 나오세욧!!!!”
돈 내고 정식 수강하는 것도 아직 아닌데 좀 세다.. 아니 많이 세다.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이 맨 앞으로.
뒤에서는 지도자 일보직전의 실력을 가진 여자들이 지켜보고 있고..
나 그날 무지 쪽팔렸다.
정말 세상에 태어나서 젤로 쪽팔린 날 중 하나였다고 자신한다.
뭐 동작은 하나도 되는 것도 없고..
할 때마다 끙끙거리면서 신음 소리나 내고 있고..
자기들은 다들 웃으면서 여유 있게 하고..
내가 뭐 하나 할 때 마다 뒤에서는 키득거리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요가 동작이란 게 좀 그렇다..
좀 민망한 게 있어서..
여자들 앞에서 남자 하나가 그런 동작을 그것도 어설프게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한 시간아 빨리 가라.. 이 생각 밖에 없었다.
내 이 수업만 끝나면 여긴 다시 안 온다.. 이러면서.
근데.. 한 시간이 지났는데 끝날 생각을 안 하네.
물어봤더니 지도자 반은 한 시간 30분이라나..
이거 뭐.. 힘들어 죽겠는데 나보고 뭘 얼마나 더하라고..
“재미있으시죠?” 웃으면서 물어보시네.
“아뇨. 집에 보내주세요.”
웃겼나 보다..
또 자기들끼리 까르르르르르륵~~~
드디어 수업은 끝나고..
옷 갈아입고 학원으로 돌아가려는데 원장님께서 부르신다.
원장님은 삼촌뻘 정도 되는 아저씨였다.
“등록하셔야죠.”
“아뇨” 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신청서 가지고 오시더니 펜을 딱 주시면서 “쓰세요”
무슨 파출소에서 진술서 쓰는 것도 아니고..
“제가요.. 이게 영 아닌가봐요.”
“왜요?”
“못 따라가겠어요. 들어갔더니 다들 잘 하는데 저만 못 하고.. 수업에 폐만 끼치는 거 같고.. 또..”
노려본다..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쓰세요”
썼다.
또박또박 잘 썼다.
=============
곧 수업 시작이니.. 다음 얘기는 수업 끝나고 계속..
=============
내가 내 돈 내고 하는 건데 그 원장님이 막무가내로 하란다고 과연 등록했던 걸까..
아니다.
그 원장님께서 해주신 말이 넘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 동작이 안 되는 걸 봐라.. 그게 너의 지금 몸 상태다.
지금까지 잘못된 자세로 살아온 걸 지금의 몸이 보여주는 거다.
그걸 알았으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안 된다고 그냥 가면 그게 언제 고쳐질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주변 의식하지 말아라.
자신만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그냥 해라.
너 자신만을 생각해라.
지도자 반.. 오히려 좋은 거다.
다들 잘 하는 사람들이기에 물어볼 사람도 많은 거고 보고 배울 것도 많고..
저 사람처럼 해보겠다는 목표도 보이지 않느냐..
너는 요가 지도자가 될 게 아니니까 오히려 홀가분하게 할 수 있다.
그래도 안 한다면.. 뭐 할 수 없지만..
그러면서 돌아서시는 거다.
“저.. 할래요.”
이렇게 세 달 간의 내 요가 수업은 시작됐다.
사실 나름 스트레칭은 조금 된다고 생각했었다.
운동 할 때마다 스트레칭 신경써서 했으니까.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내 실력은 원장님도 놀랄 정도로 금방 늘었다.
“놀아요?”
“네?”
“아니.. 젊은 사람이 오후에 요가를 배우러 오니까.. 백순가해서..”
“#%$# 학원에서 영어 가르치는데요..”
“그럼.. 선생님이네? 그렇겐 안 보이는데..”
암튼 그 이후로 나는 요가학원에서 “선생님”으로 통하게 된다.
일요일 보강까지 참가할 정도로 열심히했다.
하루는 보강하시던 원장님이 날 보면서
“아이고.. 선생님 잘 하시네.” 이러는 거다.
순간 사람들이 전부 뒤를 돌아본다.
“선..생..님?????” 이런 눈빛으로.
수업이 끝나자 한 아주머니께서 “요가 선생님이세요?”
“영언데요..”
“아~ 영어. 토플? 토익? 회화? 수능?”
혼자서 막 이러신다.
“통댄데요..”
“#$%^#@#$%^&^%$%^&&^%$#$%^& 통대가 뭐래요?”
일요일 수업도 거의 빠지지 않고 세 달을 다녔다.
하루는 원장님이
“어때요?”
“뭐가요?…”
“지도자 한 번 해볼래요?”
“요가를요?”
“보니까 영어 수업도 잘 안 되는 거 같은데.. 요가도 괜찮아요” 이러시는 거다.
정중히 거절했다. ^^
원장님과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 약간의 선물을 드리고
세 달 간의 요가수업을 마무리했다.
그 세 달.. 요가 뿐만 아니라 많은 걸 배웠다.
거의 20년 만에 수강생이 되어본 거다.
앞에서 강사로 있었을 땐 몰랐던.. 수강생의 마음.. 그런 걸 알게 됐다.
지각하는 사람.. 수업 중에 자는 사람.. 중간에 가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는 걸..
뒷자리를 계속 고집하는 사람.. 다 그 이유가 있는 거고..
가장 중요한 건
요가 실력이 얼마나 느느냐가 아니라 빠지지 않고 꾸준히 나오는 모습.
수업이 끝나고 웃으면서 돌아가는 모습.
이런 걸 배웠다.
지금도 가장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수강생이 되는 거다.
뭐.. 배우고 싶은 건 너무나 많으니까..
그 중 하나를 배워보고 싶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장님.. 지금은 뭐 하시는 지 모르겠다.
그 때 그 말씀 참 괜찮았다.
넘 고맙다.
“지금까지 잘못된 자세로 살아온 걸 지금의 몸이 보여주는 거다”
그리고
“머릿속에 자신 만을 그리면서 그냥 해라”
이 글은 2015.06.26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