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움과 정리
영어는 외우는 거라고
오늘 본 건 정리하는 거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남는 건 없게 될 거라고
많이들 그럽니다.
하지만
영어를 “왜” 하느냐에 따라 그 답은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영어가 빨리 필요하면 외워야겠죠.
중/고등학교 때 중간 고사/학기말 고사가 그랬죠.
외운 건 시간이 지나면 까먹어도 됩니다.
외운다는 행동은 단기적 기억 속에 집어 넣고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거니까요.
이렇게 금방 사라지는 게 ’외움’의 속성인데
사람들은 금방 사라지는 게 아쉬운지 잊을만한 시기가 다가오면 또 입력을 시킵니다.
정리해놓은 것을 꺼내 다시 1페이지부터 외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외운 기억..
시간 지나면 또 사라집니다.
그러면 정리 노트를 꺼내들고 또 외우고.. 또 잊고.. 또 외우고.. 또 잊고..
이 과정을 줄여준다고 선전하는 각종 암기법이 판을 칩니다.
네..
영어를 “왜” 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영어는 외우는 거 아니라는 제 말에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투의 메일 참 많이 옵니다.
주로 책을 보고 보내는 메일인데
책 나온 지 꽤 오래 됐지만 그런 메일은 참 꾸준히도 옵니다. ^^
네..
영어를 하는 목적이 다른 겁니다.
그러니 영어는 외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해주시면 됩니다.
학년이 올라가 새로 만나게 된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외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함께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테니까요.
길게 보고 합니다.
아닙니다.
평생 조금씩 늘려가겠다는 생각으로 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금년보다 내년 제 영어 실력이 늘면 만족입니다. 새로운 뭔가를 알게 되면 기분이 좋지, 외울 게 또 하나 늘어났다고 투덜대지 않습니다.
그 많은 걸 언제 다 알게 될 지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걸 전부 알 필요도 없을뿐더러
위에도 적었지만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면 그걸로 만족이니까요.
(비슷한 내용의 메일이 또 오면 이 글로 링크를 달려고 이렇게 쓰고 있는 겁니다. ^^)
사람마다 영어를 하는 목적은 다릅니다.
사실, 어렸을 땐 제 자신도 이 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다르다고 생각하니
제가 영어를 대하는 방식도 더 편해졌고
나와 다른 방식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죠.
우리들은 영어를 하는 목적이 다른 거라고.
그래서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시험 모드로 들어가면 철저하게 시험에 대비한 방법을 취하는 겁니다.
시험 잘 봐야죠.
우리 나라 영어 시험이 원하는 게 그런 거라면 거기에 맞게 대비해 시험 잘 봐야죠.
당연한 얘깁니다.
시험 끝나고 영어를 어떻게 할 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영어 필요없으면 안 하는 거고
이제 막 수능을 끝낸 고등학생들이
몇 년 후 취업을 대비해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한다면
단기적인 암기/정리 작업을 계속 해나가면 됩니다.
길게 보고 자신을 위한 영어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느긋하게 조금씩 늘려가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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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정리 - 이 말을 할 때마다 지하철 노선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게 서울 지하철 노선도랍니다.
게시판 폭에 맞추느라 크기를 줄였더니 뭉개지네요.
“역 이름이 안 보이잖아!!” 하는 분은 설마 없겠죠?
지금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요.. ^^
이거 외우려고 하신 분?
오늘 타고 간 노선, 몇 호선을 타서 어느 역에서 갈아타고 어디서 내리고 몇 번 출구로 나와야 하는 지 정리하나요?
이 노선도 전체를 확실히 모르면 지하철 못 타는 건가요?
평생 갈 일도 없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할 지 책상 위에 노선도 펴놓고 미리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지하철 노선도 이틀 만에 외우기!!” 같은 책 나오면 바로 사서 읽는 분도 있을 겁니다.
반면에, 필요할 때나 출퇴근할 때 자주 자주 타보면 조금씩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건 일본 도쿄 지하철이랍니다.
와~ 장난 아니네요.
영어라는 언어에 이런 노선도를 만들 수 있다면
아마, 도쿄 지하철 노선도 수 십만 장은 필요할 겁니다.
(수십 만 장의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걍 제 생각입니다^^)
서울이든 동경이든 잠시 며칠 여행하고 떠날 예정이라면 필요한 부분만 노선도 보고 타면 되겠죠.
그리곤 잊어도 됩니다.
그게 아닌 사람이라면 그냥 매일 매일 조금 조금씩 타보면 되는 겁니다.
출근은 내일도 할 거고
지하철은 내일도 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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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제게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언어는 그렇게 금방 늘지 않아요.
하지만 그게 언어의 묘미이자 매력입니다.
언어로 생각하고 배우는 게 아니라면 거기에 맞는 방법을 택해 최선을 다하세요. 그럼 되는 겁니다.
어느 접근법이 옳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단, 어느 방법을 택하든 최선을 다합시다.
네, 최선 다하세요.
이도 저도 아닌.. 즉..
시험이 목적인데 “이건 영어를 제대로 하는 게 아냐..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 줄이시고
언어가 목적이라면 “결국 시험 잘 봐야 하는 데 어쩌지..” 이런 고민 줄이세요.
네.. 고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줄이세요.
우리 땅에서 영어 시험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그 기세가 더 강해질 겁니다.
시험이 원하는 거 제대로 공부해서 한 방에 날려버리면 됩니다.
영어라는 언어, 내일 당장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어로 생각하고 배우겠다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시험 제대로 잘 보고 다음 달, 내년에 시작해도 됩니다.
영어, 어디 안 갑니다.
이도 저도 아닌 건, 진짜 별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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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업 후에 잠깐 상담을 했습니다.
저는 그 분과의 얘기가 참 좋았습니다.
글이 아닌 말로 의견을 교환하니까 확실히 훨 더 좋더라구요. ^^
늘 드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글로 뭔가를 표현하는 건 참 힘듭니다.
이 글은 2015.06.26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오성호게시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