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중고등학교 때는 수능영어, 대학교 때는 토익영어! 그 다음엔? ‘10년 내내 초보인 당신을 위한’이라는 다소 따끔한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영어 왕초보를 위한 책은 아니다. 또한 영어라는 열매를 빨리 따먹으려는 사람을 위한 책은 더더욱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선생님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해 수능영어 통과했고, 대학교 때는 노는 시간 쪼개가며 토익 영어를 반열에 올려놨으나 안타깝게도 영어 하면 여전히 막막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토익 800점, 아니 만점 가까이 받아 놓고도 여전히 길 못 찾고 방황하는 그들. 그들이 가야 할 영어의 다음 길을 명쾌하게 제시해주는 책이다.
사실 우리 성인들 중 ‘나는 영어에 왕초보다’라고 자인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적어도 6년은 영어를 접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일 터.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했다면 다시 취직, 입사를 위해 대학 4년간 영어에 시달려 온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해 온 사람들이 아직도 영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을 공통적으로 털어놓는다.
책의 저자 오성호는 한국 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통번역 학원 대표이자 통번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착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착각이 제대로 영어를 만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소설 한 편을 읽는 기분! 영어 10년 체증이 통쾌하게 뚫린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일단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갖고 있는 착각들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1부는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이 영어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착각들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그것이 왜 착각인지, 어째서 그런 착각에 빠지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러고 나면 2부에서는 영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펼쳐진다. 새롭다고는 했지만 지금껏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았을 뿐,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접근법이다.
그러니 지금껏 영어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고민을 한방에 날려줄 해결책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느리고 꾸준한 해결책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른 길을 제시하는 책들에 대해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실망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지금은 우리 모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시각에서 씌어진 책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학생들과 신나게 호흡하는 저자는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나누는 대화 느낌 그대로 이 책을 써 내려 갔다. 한편의 흥미진진한 소설보다 재미있는 느낌은 그 현장감이 살아있어서이다. 축 처진 어깨로 ‘영어가 싫어요’라고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툭 어깨 두드리며 해주는 따뜻하면서도 통쾌한 해결책이 영어로 쌓인 10년 체증을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제목과 저자에 대하여 수많은 책들이 범람하는 대한민국 영어책 시장에 또 다른 책 한 권이 보태진다. 그것도 『한 권으로 끝내는 ~~』, 『기적의 ~~』, 또는 정반대로 『절대로 ~~ 하지 마라』조로 나가는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제목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오성호 영어책』이라는, 우직하다 못해 촌스럽기조차 한 제목으로. 아무리 오성호가 영어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라고 해도 대한민국에는 오성호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보다 못 들어본 사람이 더 많을 터다. 그렇다면 어째서 『오성호 영어책』인가?
저자는 그 어렵다는 통번역대학원을 나와서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삼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동시통역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은 늘 저자에게 묻는다. 질문들은 대개 거기서 거기다. 요지는 늘,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능한 한 더 높은 영어 점수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거다.
흔히 묻는 질문으로는 이런 게 있다. “중학교 때부터니까 10년째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왜 영어 실력이 이모양일까요?” 좀 더 구체적인 질문도 있다. “6개월 열심히 하면 CNN뉴스를 들을 수 있나요?” 그러나 여기에 근본적인 물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가 직접 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영어 실력이란 도대체 뭡니까?”하고.
영어 실력? 그게 도대체 뭘까? 만약 당장 토익 시험을 봐서 입사 원서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말하는 영어 실력이란 900점짜리 토익 성적 증명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토익 900점대에 올라선 사람들은 자신의 영어 실력에 만족하고 있을까? 아닐 거다. 말 못 하고 글 못 쓰는 토익 900점이 얼마나 많은데. 토익 900점이라는 허울에, 영어 실력 좋다고 치켜세우는 말에 여기저기서 떠맡은 영어 관련 업무들 때문에 고민하는 토익 900점짜리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영어 실력이란 뭔가 한참 잘못된 개념이 아닐까?
저자가 밝히는 바에 따르면 그 모든 잘못된 현상의 원인은 바로 영어의 첫 단추를 잘못 꿴 데서 온다. 즉 영어를 시험으로 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노래방 가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마이크를 뺏길 때까지 흥에 겨워 신나게 불러댄다. 하지만 만약 음악을 시험과목으로 처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실제로 노래를 부를 기회는 전혀 없고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이 점수로만 매겨졌다면? 그렇다면 아마 우리들 중 대부분이 노래를 싫어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보다 요리를 잘한다거나 노래를 잘한다거나 해서 대단하게 우러러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어에 대해서만은, 공부로, 지식으로, 시험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영어에 대해서만은 남보다 꼭 잘 해야 할 것 같고, 잘 못하면 수치심마저 느낀다. 그래서 영어로 말 몇 마디 할라치면 머릿속이 하얘져버린다. 이것은 처음부터 영어를 그저 하나의 말로 배웠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저자는 CNN으로, Times지로 영어를 처음 접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다. 한류 붐에 편승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들 중 KBS 9시 뉴스나 조선일보에 열광해서 한국어를 배우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자의 비유에 따르면 영어는 운전이다. 한 만큼 는다. 면허 따고 10년간 장롱에 처박아 두면 운전 실력은 늘지 않는다. 정직하게, 한 만큼만 기대하자.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을 꼭 한가지만 더 꼽자면 영어에서 재미를 찾으라는 것이다. 어제 본 단어가 오늘 또 나왔는데 뜻이 기억 안 난다고 짜증부리지 말고, 다시 만났으니 반갑게 인사하라는 것이다. 자꾸자꾸 만나다 보면 당연히 낯이 익게 되니까. 즉 그만큼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라, 끊임없이 자연스러운 input을 주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이야기는 정직하다. 되지도 않을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길을 제시하되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오성호 영어책』일 수밖에 없다. 나는 이렇게 영어를 하는데, 당신은 어떻습니까?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어도 좋지만, 하고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정직한 저자의 영어 접근법처럼, 정직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이 정직한 영어책의 대명사로 통하기를 바란다.
오성호는 한국 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고 YTN 동시통역사와 영어포털사이트 네오퀘스트의 기획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역삼동에서 오성호 동시통역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책의 구성
착각을 깨뜨리는 1부, 새 길을 제시하는 2부
책의 구성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착각의 세계’, 2부는 ‘영어의 세계’다. 착각? 무슨 착각이냐고? 1부에 실려 있는 10가지 착각이란 우리가 영어를 대해 갖고 있는 착각들을 말한다. “영어 10년 했는데…” “해석 잘 하면 영어 잘 하는 거겠지?” 하는 착각들이다. 이런 착각들이 그저 착각으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저자는 이런 착각들이 실제로 우리가 제대로 된 영어의 길을 나아가는데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들의 영어 고민을 상담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다.
저자는 듣기 할 때 학생들이 안 들린다고 투정을 부리면 볼륨을 올려버린다. 남들 멀쩡하게 다 들리는 게 안 들리면 이비인후과에 가야지 왜 여기 앉아 있나. 썰렁하다고? 농담하자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해 버린다. 다 아는데 잘 안 들리고, 다 아는데 잠깐 입에서 안 나오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는데 안 들리는 게 아니고 아는데 안 나오는 게 아니고 모르니까 안 들리고 안 나오는 거다. 모른다고 인정해 버리면 그때부터 새로 배우면 된다. 괜히 토 달아 가면서 자신을 속이지 말자. 10년 전에 시작했을 뿐 10년 동안 한 거 아니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는 저자의 명쾌한 해석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1부에서 그렇게 차근차근 착각을 깨 나가고 나면 독자들은 공황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래서 2부에는 올바른 영어의 길을 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그 길을 제시한다. 영어를 제대로 만나는 법, 영어에 말로 접근하는 법. 그동안 영어를 ‘공부’로, ‘시험과목’으로 보아 온 생각을 버리고 편의상 단어/읽기/듣기/문법/말하기/쓰기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결국 그 길은 따로따로 가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방법론은 하나다. 장롱 면허 믿지 말고 끊임없이 input을 쌓을 것. input이 있으면 output은 저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곡한 당부로 넘쳐난다. 지름길은 없다, 영어와 우리말을 1대1로 대응시키려 하지 마라, 많이 읽어라 하는 당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빼곡하게 차 있다. 혹시 독자들이 이 책을 딱딱한 책으로 미리 짐작하지 않도록 책 앞부분에 실린 황당 Q&A를 여기에 조금 싣는다. 여기서 말하는 것들이 바로 이 책의 기조라고 생각해도 좋다. 황당 Q&A라고 했지만 사실 그 정체는 우문현답이다. 잠깐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일 수가 없다. 지레 뒷목잡고 쓰러지지 말 것.
이 글은 2015.06.16 네이버 카페 「오성호 영어채널」의 ‘10년내내 초보인 당신을 위한 오성호영어책’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글입니다. 카페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