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뵙고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고 (특히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는 절판 났는데 현재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E-book으로 판매 중이라 사서 컴퓨터로 봤답니다) 현재 영어를 즐기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 공부라기보다는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책 내용에 따라 언어에 익숙해져가는 일련의 과정, 놀이라고 해야 겠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일명 스터디 그룹)도 그만 뒀습니다. 영어 못하지만 홀로서기를 한 거죠. 그들과 같이 공부하면 내가 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가운데 그들의 방식과 맞물려,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조급증을 버렸고 (제가 근데 능동적으로 버린 느낌이 아니고 조급증이란 게 저에게서 자연스레 떨어져나갔습니다. 오..오 )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경험은 단어장들을 내가 이렇게 갖고 있었구나 느껴, 집에 페리언 vocabulary, 거로 vocab 워크샵, vocab 22000, vocab 33000, 워드스마트1,2 전부 박스에 싸서 창고에 넣어뒀습니다. (볼 일이 없는 거겠죠 앞으로.. "단어장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을까요? - 갖다 버리세요"라는 말씀이 떠올랐는데 실제로 갖다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ㅋ 중고로 팔거나 하려고요- 뭔 쓸데 없이 이렇게 단어장을 많이도 샀던 건지..)

 

 

빈도순으로 나열 되어 있고 혹은 어원론에 입각해서 abduct ab-away 멀리 duct-lead 끌고 가다 즉, 유괴하다 이렇게 외우면 빨리 외워지는 것 같고 단어를 빨리 외워지는 느낌이라 좋아했던 때가 있었지만 의미가 없다는 것을 돈오했습니다. 단어 외우는 거 자체를 현재는 아예 안 합니다. 모르면 영영사전 보고 그렇구나 하고 넘깁니다. 어차피 이 단어는 앞으로 읽으면서 또 나올 것 같기 때문이죠.

 

 

반대로 생각해보면 매우 자명했다고 느낀 겁니다.. 우리말 한마디도 잘 못 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싶다 하여, 도서관에 앉아, 빨리 많이 한꺼번에 정리하면 좋은 줄 알고 "좋아 단어부터 정리하는 거다"  a4용지에 죽다=돌아가다=운하다=고꾸라지다=운명하다=별세하다=서거하다=고꾸라지다=뒈지다 수십 번씩 써가며 외우고 앉아 있으면,

 

한국어 네이티브인 제 입장에서 얼마나 안타까울지.. 또 소설책 하나 못 읽으면서 한국어 독해 실력 빨리 늘리고 싶다면서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는 말 기재되어 있는) 동아일보 신문과 사설을 보며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국어 고수가 되는 거다! 외치면서 병이 창궐하다란 문장을 읽고 외우려고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울지를 상상해봤습니다. 정작 병이 만연하다, 발발하다라는 표현은 모르면서 고급단어 정리한답시고 창궐하다 외우고 있지는 않은지.. sweat 모르면서 perspiration 외우고 있지는 않은 건지..

 

 

거꾸로 생각하니 "아.. 저러면 안 되는데" 느꼈던 겁니다. 우리말을 배우는 외국인이 또 한국인들이 하는 말 알아듣고 싶고 드라마도 보고 싶다면서 9시 KBS 뉴스를 보며 받아쓰기를 하고 "아 왜 안 들려!" 이러고 있지는 않은지.. 읽을 거리 하나도 안 읽으면서 문법책 들고 주격조사 은/는/이/가 따지고 있지는 않은지.. 거꾸로 생각한 후에는

 

약간의 방식을 전환시킨 게 아니라 기존의 방식과 틀을 모두 깨버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책에 나온 대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학습법 따위에 의존하며 정작 쌓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던 제가, 독해지문 얼만큼 하루에 보면 늘까요? "보고 싶은 만큼" 청취할 때 표현은 입으로 몇 번 따라하는 게 좋을까요? "따라하기 싫으면 안 따라해도 되고 따라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만큼" 이라고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해서 제목도 영어 공부 그만두고 놀고 있다고 썼습니다.

 

근데 신기하게 이렇게 되어가는 겁니다.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만큼 합니다. 영어 공부 따로 시간 안 들입니다. 듣고 싶을 때 듣고 읽고 싶을 때 읽습니다. 독해책 정작 잘 안 보고 인터넷 영어 기사 보고 싶어 봅니다. 프린트 하고 싶으면 하고 소리내어 따라 읽고 싶어지면 그렇게 합니다.

 

 

쭉쭉 읽으며 모르는 단어 나와도 스트레스 (전혀!) 안 받습니다. 문맥에 따라 추론하며 읽고, 단어는 영영사전으로 찾습니다. (전에 롱맨만 있었는데 이것저것 다 맛 보고 싶어서 콜린스 코빌드랑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시는 맥밀란이란 사전 사서, 사전 세 개를 펼쳐넣고 봅니다. 각각 영영풀이가 다 달라서 풍부하게 보는 맛이 납니다. )

 

 

사전 보는 데 재밌습니다. 아직 그리 익숙해져 있지 않았지만, 롱맨 같은 경우 특히 2000단어 내외로 명확한 설명이 되어 있어도 영영풀이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오지만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그 단어를 또 사전 뒤져가며 찾습니다. (모험하는 분위기예요) 맥밀란에는 venision 풀이가 the meat from a DEER 라고 되어 있고 롱맨에는 the meat of a DEER 라고 되어있습니다. 왜 맥밀란에는 from인데 롱맨에는 of로 썼을까? from과 of의 차이는 뭘까? 전치사에 대한 책을 사서 자세히 알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교보문고 가서. 전치사 책을 뒤지고는 이기동이란 분이 쓴 영어 전치사 연구를 사고 뉘앙스를 하나 하나 알아갑니다. 재밌습니다.. 저는 영어는 잘하는 사람들만 재밌어 할 줄 알았습니다. 못하는 데 재미를 느낄 수가 있는 걸까? 했습니다. 저는 현재 영어를 못합니다. 근데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게 매우 재밌습니다.

 

 

보다가 모르는 거 나오거나 친구보다 독해 속도가 느리거나 듣기 실력이 낮아도 주눅들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얻으려면 거기에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하는데, 저의 이런 기분과 태도, 자세 따위에는 어떤 집념이나 의지 같은 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어를 현재 접하면서 느끼는 건 오로지 '재미'뿐입니다. 이래도 괜찮은 거겠죠? 토익시험 준비도 때려쳤습니다. 보고 싶을 때 보려고요.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현재 하고 있습니다. (너무 막사는 느낌 ;;)

 

또한, 전 무식한(?) 한국어 네이티브라  그런지 박제술이 뭔지 모릅니다. taxidermy -박제술이라 나오는데 해설 봐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영영사전 보면 the art of filling the skins of dead animals, birds, or fish with a special material so that they look as though they are alive.라고 나옵니다. "아 이 얼마나 이해하기 편한가"

 

 

뭔 깡(?)인지.. 친구들은 지금도 도서관에서 묵묵히 펜을 들고 영어 초 열공중인데 저는 이러고 있습니다. (근데 이러고 싶어서..) 부모님한테 한 소리 듣습니다. 넌 뭘 그리 태평하게 웃으며 앉아 있냐고.. 부모님께는 불효하는 느낌은 들지만 저는 지금도 공부는 안 하고 사전 보고 놀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잘못 공부한 덕택(?)인지 은근히 쉬운 단어인데 모르는 게 영영풀이를 보며 꽤 쏟아집니다. 가령 basil 그럼 영영사전 세 개 놓고 모험을 떠납니다.

 

롱맨은 a strong smelling and strong tasting HERB used in cooking 맥밀란은 a plant whose sweet leaves are used in salads and cooking, especially in dishes containing tomato. Basil is a herb. 코빌드는 Basil is a strong smelling and strong-tasting herb that is used in cooking, especially with tomatoes. 아.. basil은 개인적으로 "맥밀란과 코빌드 설명이 좋은 것 같네. 롱맨도 깔끔하지만 풀이에 토마토 설명이 깃들여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

 

이러고 앉아 있습니다. 이건 재미를 넘어선 뻘짓이라고 주변에서 눈치주는데, 저 이렇게 재밌게 영어 놀이(?)하고 있어도,  영어라는 언어 수단에 근접하는 일환이 되어가고 있는 거겠죠?

 

설사 제가 지금 놀고 있는 방식이 '다른' 방식이 아니라 '틀린'방식이더라도 영어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신 분은 오성호 선생님이시기에 개인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행복하세요.

 

 

p.s 아 참..좀 더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바짝 공부하고 싶을 때 선생님 찾아뵈서 선생님 강의 들으려고 합니다. 선생님 링크로 강의에 대한 것과 QNA 보면 기본을 가르쳐주신다고 하셔서, 기본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근데 왠지 엄청 빡셀 것 같은 느낌이 ;; 선생님 수업 듣는 분들은 왠지 다 엄청난 분들일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듭니다. 영어로 다 줄줄 말하고 그런 분들;;

 

고등학생 때 최원규란 영어 강사 분께 수업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수능영어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고 싶으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후에 오성호 선생님을 찾아 뵈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나 같은 삐꾸 강사랑은 급이 다른 분이라면서-_-;;.. 그때부터 약간 (오성호)선생님이 저에게는 신급으로 자리매김했던.. 후에 선생님이 쓰신 책들을 보면서 "와.. 실제로 저분한테 수업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이런 느낌도 가져봤거든요..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러 온 분들 중 영어 못하는 분들도 있나요? (선생님 책에 입각하면 못한다기보다는 영어에 덜 익숙한 분들이라 형용하는 게 낫겠죠. 끙;;)